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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 아직인데… 악몽 재현될까 ‘발동동’

입력 : 2025-08-04 19:10:00 수정 : 2025-08-04 22:16:43
산청=강승우 기자, 김승환·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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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주민 호우예보에 망연자실

지난 7월 닷새간 800㎜ 폭우 내려
일상회복도 전에 비 내리자 철렁
“제방 물 넘치면 또 물난리” 한숨

33개 시·군·구 3030여명 긴급대피
6일 밤부터 남부 극한호우 예보

“아이고, 하늘도 참말로 무심하시지예. 큰비가 내린 지 며칠 지났다고 이리 또 큰비를 뿌리는교.”

 

4일 오전 경남 산청군 내수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경남 산청군 내수마을 이장이 지난달 산사태 발생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산청=강승우 기자

산청은 지난달 닷새 동안 인근에 800㎜에 달하는 ‘괴물 폭우’가 내린 곳인데,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서성동 내수마을 이장은 “비만 오면 주민들이 무섭다는 말을 하고,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할 정도로 폭우 트라우마가 여전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다행히 이날 내린 비는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마가 할퀴고 간 곳의 복구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많은 비가 내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산청 주민들은 침울함을 넘어 침통한 분위기다.

 

산청은 지난달 괴물 폭우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14명이 사망하고, 중상 4명에 실종된 1명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재산피해도 상당하다. 2만8843건의 피해 건수, 4752억원의 피해액이 집계됐다. 아직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번 주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어 산청 주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상록 신기마을 이장은 “우리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속만 타들어 간다”며 속상해했다. 그는 “전에 내린 비로 제방 복구가 다 마무리되지도 않은 데 또 큰비가 내린다고 하니 제일 걱정”이라며 “제방 물이 넘치면 동네가 다시 물난리를 겪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산청처럼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영·호남 지역에 또다시 200㎜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전라권에선 전남 함평(277.5㎜), 광주(209.3㎜), 전북 군산(240.5㎜), 남원(213.7㎜) 등에 폭우가 쏟아졌다. 경상권에선 경남 합천(214.7㎜), 산청(203.5㎜) 등이 누적강수량 200㎜를 넘겼다. 특히 전남 무안의 경우 무안공항 289.6㎜, 운남면 261.5㎜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다. 무안공항은 최대 시간당 강우량도 142.1㎜를 찍어, 이 또한 ‘200년에 한 번 발생할 확률의 폭우’로 기록됐다.

1시간 강수량 신기록도 쏟아졌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는 시간당 87.9㎜의 비가 쏟아져 종전 최다 강수량 기록인 79.7㎜(지난해 7월16일)를 갈아치웠다. 77.1㎜의 울산과 57.0㎜의 전북 장수군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4시 기준 9개 시·도 33개 시·군·구에서 2150여세대, 약 3030명이 긴급대피했다. 이 중 약 51세대, 60여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인근 임시대피소 등에 머물고 있다.

물에 잠긴 농경지 만 하루 동안 170여㎜의 폭우가 내린 4일 전남 함평군 엄다면 일대 농경지가 빗물에 잠겨 있다. 지난 이틀 새 1시간 강수량이 전남 무안 142.1㎜, 광주 89.5㎜, 전남 담양 89.0㎜, 함평 87.5㎜ 등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이번 비로 무안에서 1명이 사망하고, 9개 시·도 33개 시·군·구, 2150여세대 3030여명이 긴급대피했다.
함평=연합뉴스

호우로 인한 인명·시설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다만 전날 무안에서 발생한 60대 사망사고가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중대본은 전했다. 무안에서는 전날 오후 8시쯤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던 6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간밤 폭우는 하루 정도 소강상태를 유지하다 6일 들어 다시금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6∼7일 폭 좁은 띠 모양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훑고 지나면서다. 6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중부지방 중심으로 비가 오고, 남부지방에도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비를 뿌리겠다. 비구름대는 차차 남하해 6일 밤에서 7일 아침 사이 남부지방에 걸친 채 강화돼 극한호우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산청=강승우 기자, 김승환·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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