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안보 주요 의제 부상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 촉구하고
주한미군 대중 견제 집중 가능성
국방비 ‘GDP 5%’ 증액 요구 관측
“中 견제, 한·미 합의 수준 찾아야”
이달 중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포함한 양국 안보 관련 현안이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 동맹의 성격도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맹 현대화’를 앞세워 이뤄질 변화가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변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 성격 바뀔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대북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의 역할 또는 성격이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한국도 동맹 차원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는 태평양 지역의 무력 공격을 명시하면서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근거로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범위를 한반도에서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을 포함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 변화로 이어진다.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지상군 부대로서 오랜 기간 전면전 대비를 지속해왔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중국과 충돌이 빚어질 지역은 해·공군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지만, 전쟁의 최종 단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지상군의 존재는 미·중 충돌 국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이를 위해 한국에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를 촉구, 대북 억제를 한국군이 주도하도록 한 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다른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측에도 국내총생산(GDP) 5%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5%로 늘리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는 규모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 방위 주도권을 한국군에 넘기고,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역내 다른 지역으로 배치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기조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400∼600㎞ 거리에 있는 주한미군을 괌 등으로 옮기는 것은 미·중 충돌 국면에서 주한미군의 생존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방위비분담금 등의 비용 문제 못지않게 중국과의 대결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고려가 작용한다면, 주한미군 감축 카드는 언제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 국방부가 부인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제기한 ‘주한미군 4500명 감축 가능성’이 상당한 파장을 낳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를 통해 중국 위협 등 안보 정세 변화에 맞게 동맹 관계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주둔 미군 조정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은 지난 6월 일본 아사히신문에 “주일미군사령부가 앞으로 수년에 걸쳐 통합군사령부로 전환될 것”이라며 “새로운 능력을 통합해 한층 더 분산적이고 회복력 있는 전력 태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논의과정에서 국익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선긋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원하는 것이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이 주도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우리에겐 자강의 기회이기도 하므로 적극 수용해서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견제에 대해선 우리가 완전한 거부도 수용도 어려우므로 상호 간에 합의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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