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10억원으로… 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 확대 논란
‘정책 설계’ 진성준 “시장 안 무너져, 세입기반 회복해야”
개미 투자자들 강한 반발… ‘주식시장 급랭’ 등 후폭풍
분열 조짐에 ‘단일대오’ 강조하는 與, 재검토 가능성 시사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50억→10억원)하는 내용의 이재명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민생지원금 주더니 투자자 주머니에서 털어간다”, “주식 양도소득세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등의 성토와 함께 이번 정책을 설계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윤석열정권이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면서 이 요건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바꿨지만 거꾸로 주가는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1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하루 만에 주가가 -3.88% 급락하며 3119.41를 기록했지만, 4일에는 전장보다 소폭(0.76%) 오른 3143.11로 장을 마쳤다.

◆정청래 “공개 목소리 자제하라…입장 정리 중”
민주당은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투자자들의 거센 성토로 인해 지난 며칠 간 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대주주 기준 조정 등 세제개편안이 코스피 5000 신바람 랠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비판했고 이소영, 박홍배, 김한규, 박선원, 이연희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신임 당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 논란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이 시간 이후로 비공개로 이 문제를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님들은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신임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오늘 중으로 A안와 B안을 다 작성해 최고위에 보고해달라.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당내 특위를 중심으로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을 이기는 정치나 행정은 없다”며 “정부안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시장과 개미투자자의 염려 여론을 반영하고 의견을 수렴해 가장 적절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 설계자인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하지만 선례는 그렇지 않다. 윤석열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는 14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뒤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당정 논의 과정에서 대주주 기준이 30억원 안팎으로 절충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증발한 시총…민생지원금 효력 떨어트려
개미투자자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보다 소폭 올랐지만 개인투자자들과 외국인이 내던지는 가운데 기관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주식 양도세 기준 변경을 반대하는 국회 전자청원도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래 이날 오후 4시 기준 12만6600명이 동참했다. 지난 1일 날아간 시가총액 116조원으로 인해 잠재 소비 여력이 떨어졌단 분석도 나왔다. 유안타증권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부의 효과 비교’ 논문을 적용해 116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면 잠재 소비 여력이 8조100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주가가 떨어지면 소비 심리가 하락하기 때문에 이번 하락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력을 떨어뜨리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지난주 목요일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난 다음 날 코스피가 3.88% 폭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100조원이나 증발했다. 이른바 ‘이재명표 세금폭탄’이 주식시장을 정면으로 강타한 것”이라며 “앞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하면서 뒤에서는 개인 투자자 주머니를 털어가는 기만적인 정책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단순한 돈 풀기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 의욕, 경제하려는 마인드에 찬물을 끼얹는 규제를 혁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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