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2014년 2월14일)으로 부당지원행위와 별도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간 자신의 지분율 차이를 이용해 지분이 적은 회사에서 지분이 많은 회사로 이익이 이전하는 이른바 터널링(tunneling)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이를 사익편취 방지 조항이라고 부른다.
부당지원행위 금지가 법 적용 대상에 제한이 없는 데 반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행위(사익편취)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자연인인 집단에 속하는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즉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해 발행주식 100분의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50% 이상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와 특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적용이 된다.
이와 관련해 규정된 여러 유형의 행위 중 하나가 ‘사업기회 제공행위’이다. 즉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하면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사업기회 유용)를 말한다. 상법에서도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다만 규제 대상이 이사인 점이 다르다.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행위 사례는 드물다. 2022년 3월16일 공정위는 SK㈜가 SK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뒤 잔여 주식 29.4%를 자신이 취득하면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었음에도 이를 SK㈜의 대표이사이자 SK의 동일인인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수 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하고 최 회장의 잔여 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자신의 사업기회를 제공한 사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이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밝혔고, 사건 심의 당시 당사자인 최 회장이 심판정에 출석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상기 행위가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정위 처분을 취소했고, 대법원은 지난 6월26일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며 다수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그 소수지분을 특수관계인 등이 취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계열회사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곧바로 추단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계열회사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려면 해당 계열회사가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해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2025. 6. 26. 선고 2024두34382)
대법원은 ‘제공’을 위한 전제로서 계열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소극적 방법에 의한 제공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규범적 ‘보유’라는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그 사업기회의 내용, 계열회사의 사업범위, 계열회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권리·이익·기대 및 지위 등을 포함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반드시 계열회사가 그와 같은 사업기회를 우선적·배타적으로 지배·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대법원은 본 건에서 SK㈜가 취득하지 않은 잔여 주식 29.4%는 그냥 포기한 것이지 애초에 SK㈜가 보유한 것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란 구체적으로 회사에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의미한다. 이때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지는 원칙적으로 사업기회 제공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사익편취 심사지침). 그러나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의 의미는 매우 추상적이다. 만약 제공 당시에는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었지만, 추후 손실을 보게 되었다면 그래도 법 위반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기업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사업기회 제공과 불법적인 사업기회 제공을 구별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큰 틀에서 판단 기준을 제공했다고 여겨지지만, 구체적으로 경영현장에서 ‘보유’의 의미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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