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15일 광복절 이전에 열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구체적 회담 날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심인지 공치사인지 알 수는 없으나 회담이 별 무리 없이 성사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안건을 꺼내 들어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트럼프의 스타일을 감안해 어떠한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조율했다. 이후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취재진에게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비롯한 이른바 ‘한·미 동맹의 현대화’가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남침에 맞서 한국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 임무였다. 그런데 최근 미 행정부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만 갇혀 있어선 곤란하고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미군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어느 일방이 외부의 침공으로 위협을 받으면 상호 원조를 통해 이를 방어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고 주한미군이 대만 방어 작전에 투입되는 경우 한국군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지금의 미국 태도로 봐선 한국을 향해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동맹인 미국과 함께하겠다’는 명시적 약속을 요구할 태세다. 우리가 이제껏 한·미 관계에서 겪어 보지 않은 중대한 고비라고 하겠다.
이재명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이는 미국 조야에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란 인식을 줄 수 있다. 미국 보수 진영에는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근거로 ‘친중 성향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도 많다. 대만해협 방어가 과연 우리 국익과 직결된 사안인지를 놓고선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미국이 한·미 동맹의 가치를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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