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질환·경제난·고립 복합적

5년간 자살로 생을 마감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무려 1만8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어르신들의 이런 선택은 우울·질환·경제난·고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운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다.
어르신들은 젊은 층에 비해 자살 전에 정신의학과 등에서 도움을 받는 비율이 낮고 단 몇 번의 시도만으로도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고위험 군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박사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글 ‘노인 자살의 이해와 예방’에서 “노인 자살은 젊은 연령대의 자살과는 구분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 인구는 1만8044명에 달했다.
즉 해다마 3000여명이 자살한 셈이다. 2023년 자살한 어르신들의 수(3838명)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10.5명에 이른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망률은 2023년 65세 이상에서 40.6명이었다.
오 박사는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며 “노인 자살에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신체질환, 통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 분석했다.
노년기 우울증은 슬픔·우울감과 같은 전형적인 증상보다는 무(無)쾌감증·무기력함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이나 치료 접근성 부족 때문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어르신들은 신체적 질병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젊은 층보다 높은데,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일수록 자살 위험이 높았다.
배우자를 비롯한 중요한 관계의 상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좌절감, 자신이 짐스러운 존재라는 인식 등도 위험 요인이라고 오 박사는 설명했다.
오 박사는 “노년기에는 자살 시도 대비 자살률이 현저히 높고 자살 이전에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낮아 조기 개입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면서 “자살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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