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트너 “독일 사는 유대인들에겐 잘못 없어”
독일 좌파당의 당원이자 저명한 정치인이 가자 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명 위기에 놓였다. ‘당론과 배치된다’는 이유인데 이 정치인은 “정당의 모든 구성원은 각자의 입장을 가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좌파당 일부 당원들이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州)의 반(反)유대주의 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안드레아스 뷔트너(52)의 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과거 동·서독 분단 시절 공산주의 국가 동독의 집권당인 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에 해당하는 좌파당은 극좌 성향으로 분류된다. 올해 2월 실시된 독일 하원 총선거에서 전체 630석 중 64석을 얻으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dpa가 입수한 뷔트너의 제명 신청서를 보면 “중동 분쟁과 관련해 우리 정당의 결의에 명백히 어긋나는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동료 좌파당원들은 뷔트너의 견해가 침략 전쟁과 민간인 학살을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도 제기했다. 신청서에 첨부된 증거 자료에는 뷔트너가 SNS에 올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최악의 조치”라는 게시물이 포함됐다.
이에 뷔트너는 자신이 동료들로부터 ‘아동 살해자’이자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부인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항변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2년 가까이 무력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아동과 여성을 포함해 6만명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의 아랍 국가들은 물론 스페인,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까지 나서 “이스라엘이 즉각 집단학살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뷔트너는 “내가 문제로 삼는 것은 왜 이스라엘 정부가 대중이 싫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브란덴부르크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공격을 받아야 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잘못을 놓고 독일에 사는 유대인 공동체에 책임을 묻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당 민주주의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뷔트너는 “정당의 결의안은 정당 집행부를 구속할 뿐 모든 구성원이 그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원죄 때문에 전후 이스라엘의 맹방을 자처해왔다. 홀로코스트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2차대전 기간 유대인 약 600만명을 살해한 독일 최악의 흑역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반에 독일은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고 특히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인명피해가 늘면서 독일에서도 반유대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도 독일은 아직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통한다. 최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숭인 방침을 밝힌 것과 달리 독일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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