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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한 모스크바타임스 창업주, 항해 중 사고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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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01 08:12:14 수정 : 2025-08-01 08:12:12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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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활동
러·우크라 전쟁 발발 후 활동 금지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고 러시아의 독립 언론인들을 후원해 온 ‘모스크바타임스’(Moscow Times) 창업주 데르크 자우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7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네덜란드 언론인이자 모스크바타임스 창업주인 데르크 자우어(1952∼2025). 모스크바타임스 홈페이지

7월3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자우어는 이날 네덜란드 제일란트의 별장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 앞서 네덜란드 현지 언론은 자우어가 지난 6월 그리스 앞바다에서 항해 도중 사고를 당해 등을 크게 다쳤다고 보도했다. 자우어는 일단 아테네의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상처가 워낙 치명적이었다고 한다.

 

1952년 10월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자우어는 학생과 청년 시절부터 사회주의에 심취했고, 학교 졸업 후에는 네덜란드 국내 언론사들 기자를 거쳐 영국 BBC 방송의 기자로 활동했다. 30대 후반이던 1988년 자우어는 가족과 함께 당시만 해도 공산주의 국가이던 소련(현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소련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잡지 ‘모스크바 매거진’을 만들어 운영하던 자우어는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 이후인 1992년 영어 신문 모스크바타임스를 창간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인보다는 외국인이 주된 독자였으나 러시아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관한 심층적인 보도로 높은 평판과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2000년 처음 대통령으로 취임한 푸틴이 독재자로 돌변해 장기 집권을 꾀하면서 러시아의 언론 환경은 갈수록 악화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푸틴은 언론을 상대로 대대적인 검열에 나섰다. 자우어는 본인이 운영하는 모스크바타임스의 취재·보도는 물론 러시아 내 여러 독립 언론사들의 활동 후원을 통해 탄압에 맞섰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2024년 7월 모스크바타임스를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선정하며 러시아 국내에서의 활동을 금지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결국 모스크바를 떠나 암스테르담으로 근거지를 옮겨야 했다.

 

자우어의 아들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성명에서 “아버지께선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모스크바타임스를 주목할 만한 매체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를 표해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평생에 걸친 아버지의 여러 언론 활동 중에서 모스크바타임스에 바친 열정이 가장 컸다. 마치 자식을 대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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