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韓·美 관세협상, 출혈 적지 않지만 최악은 피했다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25-07-31 22:49:22 수정 : 2025-07-31 22:49:22

인쇄 메일 url 공유 - +

관세 15%·3500억달러 투자 합의
車·트럭 완전 개방, 쌀·소고기 방어
후속협상서 국익 방어 만전 기하길

한국과 미국이 어제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8월1일 예고했던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1000억달러어치 미국산 에너지도 수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춰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미 투자·구매 4500억달러(626조원)는 올해 예산(673조원)에 필적하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최악은 피했다지만 대가가 너무 크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미 투자액은 미국이 앞서 타결한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비교해 봐도 지나치다. 우리는 GDP의 약 20% 정도인데 일본(투자 5500억달러)의 경우 14% 수준이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2500억달러 정도가 적정선이다. EU도 국가연합이라 단순비교가 어렵지만 투자액(6000억달러)에 구매액(7500억달러)까지 합쳐도 6.9% 정도다. 일본과 EU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무관세로 수출하던 우리와는 달리 자동차 관세를 2.5% 적용받았는데도 최종세율이 15%로 동일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약화할 수밖에 없다.

대미 투자는 1500억달러 조선협력펀드와 반도체·원전·2차전지 등 일반펀드로 구성되는데 양국의 해석이 딴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 펀드를) 소유·통제하며 직접 (투자처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도 “투자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보증이 가장 많고 다음이 대출, 직접투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90% 수익도) 재투자의 개념일 것”이라고 해명한다. 조선협력펀드의 경우 우리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향후 대미 투자가 일방적 퍼주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켰다고 하지만 뒷맛이 찜찜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딴소리를 한다. 미국은 쌀수입 확대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30개월 이상의 경우 전체의 2∼3%로 미미한 수준이고 미국산 쌀도 추가로 들여오더라도 쿼터(할당)에 묶여 물량이 제한적이다. 미국이 농축산물 추가개방 대신 투자를 더 늘려 실익을 챙겼다고 봐야 할 듯하다. 오죽하면 일본은 쌀을 내주고 자동차를 지켰는데 한국은 ‘표’ 때문에 거꾸로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 지원 덕에 그나마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 현지를 방문하며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정부는 앞으로도 기업과 한몸처럼 움직이며 양국 산업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기업의 미 시장 진출도 지원하기 바란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정부는 향후 실무협의 과정에서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대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고 일자리도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과감한 지원과 규제 완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관세 피해가 집중될 업종을 정밀 분석해 실효성 있는 보상과 지원책도 서둘러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