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새 시대 열렸지만 권력의 재편 평가
1989년 톈안먼광장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부터
1997년 홍콩 반환·2001년 WTO 가입까지
외형적 개방 강화 불구 정치적 자유 철저히 차단
‘中 정말 변했나, 변한 척하고 있는가’ 궤적 좇아
마오 이후의 중국·성장과 통제, 초강대국 중국의 역설/ 프랑크 디쾨터/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3만3000원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은 중국 문화 대혁명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었다. 지도부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고, 덩샤오핑은 복권과 함께 권력을 장악한 뒤 ‘사회주의식 현대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농업, 산업, 국방, 과학기술의 ‘4대 현대화’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지만 그 토대는 여전히 공산당 일당체제였다.

1978년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개혁개방’이 공식화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저자는 이 전환을 ‘권력 설계의 재편’으로 해석한다. 기존 체제를 허물지 않고 정밀하게 조율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국유자산은 여전히 당의 통제 아래 있었고, 은행과 시장은 권력의 논리에 따라 작동했다. 겉으로는 개혁이었지만 그 본질은 “계획경제의 골격 위에 세운 통제된 성장”이었다.
선전과 주하이에 경제특구가 설치되고, 농촌에는 계약 책임제가 도입되면서 중국은 ‘기적의 나라’로 부상한다. 1985년 산업 성장률은 22%에 달했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되었다. 저자는 이 시기의 성장 뒤에 감춰진 회색지대를 파헤친다. 관료·기업 유착, 회계 조작, 뇌물과 인맥 등이 ‘성장 엔진’의 실체였다.

경제는 팽창했지만 그 구조는 혼란스러웠다. 국영 은행은 무제한에 가까운 대출을 집행했고, 인플레이션은 1984년에만 23%를 기록했다. 저자는 이를 “통제된 과잉생산과 투기의 폭주”라 지적한다. 권력이 시장을 통제하고, 당이 경제를 설계하는 체제에서는 진정한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는 시장의 이름을 빌린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1989년 톈안먼광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는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민과 학생 수십만 명이 모여 표현의 자유, 법 앞의 평등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반혁명 폭동’으로 규정했고 인민해방군은 수도를 무장 점령했다.
저자는 이를 “중국의 미래가 봉인된 순간”이라 규정한다. 그날 이후 중국은 정치개혁을 폐기하고, 경제성장만을 강조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정권은 물질적 이익과 정치적 침묵을 맞바꾸는 ‘거래’를 체제의 기본원리로 삼았다. 이때부터 중국은 개혁을 약속하는 국가에서 개혁의 환상을 활용하는 국가로 전환했다.

1997년 홍콩 반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분기점이었다. 저자는 ‘전략적 이중성’이라 지적한다. 외형적 개방은 강화됐지만 정치적 자유는 여전히 철저히 차단되었다.
중국의 고성장은 부채 위에 세워졌다. 국영 은행은 적자를 감춘 채 대출을 이어갔고, 지방정부는 부동산 개발로 재정을 메우며 버블을 조장했다. 통계는 조작됐고, 투자와 소비는 불균형하게 팽창했다. 무엇보다 시장에는 실질적 소유권도, 독립적 사법제도도 존재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올림픽 유치, 외환보유고 1위 달성 등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감시와 통제가 제도화되었다. 모든 토지와 자산은 여전히 국가 소유였고, 언론은 완전히 통제되었으며, 인터넷과 캠퍼스조차 감시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권위주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다. 그는 “중국은 서구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사법·언론·기업에 대한 전방위 통제를 강화했다. 홍콩의 자치는 해체되었고, 당은 국가를 이념적으로 완전히 포섭했다.
중국은 정말 변했는가, 아니면 변한 척하고 있는가. 책은 단지 경제성장의 궤적을 좇는 연대기가 아니다. 그 이면에 도사린 권력의 재편, 감시의 정교화, ‘개혁’이라는 수사의 역사를 고발한다.
저자는 ‘해방의 비극’, ‘마오의 대기근’, ‘문화 대혁명’으로 이어지는 ‘인민 3부작’을 통해 마오쩌둥의 공산주의가 중국 인민들의 삶에 끼친 영향을 현장감 있게 그려내며, 새뮤얼 존슨상을 수상하고 중국 현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마오 이후의 중국’에서는 시선을 돌려 ‘경제기적’을 이룬 1976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기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중국 내 여러 기록 보관소에서 입수한 문서부터 미발표된 회고록, 주요 인사의 비밀일기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어떻게 초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되었는지를 면밀하게 탐구한다. 당의 주도하에 질서 정연하게 발전해 나가며 경제기적을 일으켰다는 평가는 그저 외형적 서사에 불과하다. 초고속 성장을 거둔 지난 40여년간의 현대사 이면에는 강력한 통제, 모순과 환상, 끊임없는 권력 암투가 자리해 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속 독단적 행보, 서구의 간섭을 향한 적대감,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감시체계를 갖춘 독재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궁극적으로 공산당의 목표는 민주주의 진영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저항해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유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체제를 변형시켜 왔다. 외형적 개방은 내부 억압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었고, 시장은 자유가 아닌 통제를 위한 장치로 기능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권력은 더욱 집중되었고 정치적 자유는 끝내 허용되지 않았다. 저자는 묻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중국은 과연 ‘진짜’인가, 정치가 경제를 이끄는가, 경제가 정치를 좌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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