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합성 니코틴도 궐련 담배와 동일 규제 필요"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높이는 원인이 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 담배와 똑같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청소년 흡연 행태가 액상형 전자담배 위주로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일반담배(궐련)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후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합성 니코틴 기반 액상형 전자담배를 어떻게 규제할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 장관은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유해하므로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삼은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 담배는 담배 제조·유통·판매 허가 등에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고, 경고문구·그림 표기, 가향 물질 표시 제한, 광고 제한 등 규제를 받는다.

반면 대부분 합성 니코틴으로 만들어지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 장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똑같은 규제가 적용되도록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담배사업법 개정안 10건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논의 중인 상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담배의 정의를 '니코틴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확대해 온라인 거래를 금지하는 등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흡연 행태가 액상형 전자담배 위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1∼6차(초6∼고2) 조사 결과,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늘었다.
남학생의 담배 제품별 현재 사용률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학할 때 궐련 2.12%에서 5.50%, 액상형 전자담배 1.19%에서 3.57%, 궐련형 전자담배 0.65%에서 1.67%로 각각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학생의 담배 제품별 사용률은 궐련 1.19%에서 1.33%, 액상형 전자담배 0.94%에서 1.54%, 궐련형 전자담배 0.24%에서 0.32%로 각각 증가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궐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 1순위 담배 제품이 2014년부터 궐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변경됐는데, 국내에서도 여학생에 이어 남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선호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질병청은 예상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조사 결과 청소년의 담배 사용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학생의 경우 궐련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더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해 제품 유형별 규제 강화와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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