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뒷받침할 근거 없으면 풀어줘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을 찾아가 자신의 혐의를 먼저 소명해달라고 촉구했다.

임 전 사단장은 29일 서울 서초동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사건 수사에 앞서, 먼저 저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는지 밝히고, 그 혐의가 인정되면 저부터 기소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저를 구명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이나, (누군가) 저를 혐의자에서 부당하게 뺐다는 의혹 등은 제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 인정된 이후에 따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본인의 혐의를 소명하는 게 채상병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 전 사단장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대원들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중수색 지시를 받은 부하 장병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설사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그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며 “만약 제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 이제는 저를 수사절차에서 풀어달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 같은 의견을 담은 요청서와 참고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려 했으나, 특검은 사전 조율 없는 방문이라며 출입을 막았다. 임 전 사단장은 돌아가지 않고 사무실 출입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사무실에서 한 수사관이 내려와 서류를 받아 갔다.
이날 현장에는 해병대 예비역 20여명이 찾아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임 전사단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살고 싶으면 진실을 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임 전사단장을 향해 “후배들 보기 창피하지 않냐”, “해병대의 전통과 명예를 지켜라” 등을 외쳤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고성이 오가는 등 현장 분위기가 한층 격앙됐다. 임 전 사단장은 이들을 향해 “소리 지르지 말고 차분히 대화하자”며 자제를 촉구하다가 결국 자리를 피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부대장으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혐의자에서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구명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임 전 사단장은 올해 2월 예편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조사받았고 지난 18일에는 자택을 압수수색 당했다.
특검팀은 채상명 사건의 발단이 된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좀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에는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조사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더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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