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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참조가격제와 선별급여 적용 범위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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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8 19:42:49 수정 : 2025-07-28 19: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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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장질환자 등 고위험군 수술에 필수적인 전신 마취제 ‘에토미데이트’의 공급 중단 예고는 우리 의료 시스템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제약사는 마약류 지정 추진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보험급여 적용 과정에서 책정된 낮은 약가로 인한 채산성 악화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약품도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은 비단 의약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에는 선천성 심장병 소아환자 수술에 필수적인 인공혈관 공급이 중단되어 수많은 환자와 가족이 발을 동동 굴렀고, 지금도 저수가 문제로 필수 치료재료의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 참조가격제를 둘러싼 논의는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참조가격제는 효능이 비슷한 의약품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약값의 상한선(참조가격)을 정하고, 그보다 비싼 약을 쓰면 차액은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선별급여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이다. 선별급여는 최신 의료기술처럼 아직 비용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도 환자의 선택권 보장 등을 위해 건강보험 테두리 안으로 들이되, 본인 부담률을 30~90%로 높게 설정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다. 환자들이 비용에 민감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이 유도되어 전체 의료비 지출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가격통제에서 벗어나 기업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되 시장의 선택을 받게 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특히 선별급여 제도는 인공지능(AI) 진단기기 같은 혁신 의료기술을 환자들이 조기 사용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순기능도 있다.  

 

반론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 제한이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최적의 치료가 아닌 저렴한 약이나 의료기기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가 의학적 정보 없이 오직 비용만으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면 치료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약가 인하 압력으로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이 오히려 더 불안정해지거나 신약 출시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물론 현행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강화해 저가 필수의약품·의료기기에 합리적인 원가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원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정부의 결정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또 다른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결국 참조가격제와 선별급여를 둘러싼 논란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의료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에 대한 논의가 늦어질수록 앞으로 위와 같은 문제가 반복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 항목은 9000개가 넘는다. 건강보험에서 항목별로 개별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이제는 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환자 부담 증가와 공급 불안 같은 우려를 충분히 살펴 모든 의약품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치료 효과에 큰 차이가 없고 다수의 대체 약제가 존재하는 의약품 그룹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의료기기 선별급여 제도와 관련해서는 주기적인 재평가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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