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겹쳐 기업들은 설상가상
당정은 노사 대화의 장부터 마련을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당정 협의를 열고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관련해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협의회 직후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 소위에 이어 오후 늦게 전체회의까지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윤석열정부에서 불법 파업 우려로 두 차례나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도 속도전식으로 밀어붙여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
고용부가 마련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안대로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면 수십·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일제히 교섭을 요구해 혼란이 극심해질 게 뻔하다. 노조의 쟁의행위 대상이 근로조건을 넘어 사용자의 투자 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확대돼 경영권 침해 소지도 다분하다. 이미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행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져 공급망 차질과 납기 지연 등 간접 손실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10조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학계 경고가 나온 바 있다. 0.4%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엄청난 손실이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 여파로 기업 실적과 투자 의지가 꺾인 마당인데 당정이 앞장서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큰 부담을 지우려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 4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매긴 데 이어 다음 달 중 반도체에도 발효를 예고했다.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나고,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도 20% 가까이 감소하는 등 관세 충격이 확연해졌다. 지금은 경제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사관계 안정에 더욱 힘써야 하기에 노란봉투법 추진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파업 근로자를 상대로 과다한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상한을 시행령에서 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안을 내놨다. 아울러 노사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고용부에 요청했다. 노동계도 ‘노조 외 개인 손해배상 청구 금지’ 등 요구안이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아 불만이 크다. 법 개정에 앞서 노사가 대화를 통해 이견부터 좁힐 수 있도록 당정이 뒷받침해주는 게 순리이다. 어제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 소위를 통과한 ‘더 센’ 상법 개정안도 기업을 옥죄는 만큼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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