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51)가 일본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이치로는 28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헌액식 연설에서 영광스러운 마음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일한 기자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치로는 “3000안타도, 시즌 262안타도 기자들이 인정하는 기록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라고 운을 뗀 뒤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기자에 대한 저녁 초대는 이제 기한이 만료됐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치로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전체 394표 중 393표(득표율 99.7%)를 얻어 한 표로 만장일치에 실패했다.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이치로는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기자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이날 이치로와 함께 좌완 투수 CC 사바시아와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치로는 연설을 통해 “야구는 단지 치고, 던지고, 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며 “야구는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 결정하게 했고,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45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하루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헌신했기 때문”이라며 “팬들이 시간을 내어 경기장을 찾는 이상, 점수 차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역대 MLB 단일 시즌 최다인 262안타를 기록했고, 10년 연속 200안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 수상 등 큰 족적을 남겼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기록한 1278안타를 포함하면 통산 4367안타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안타 보유자인 피트 로즈(4256개)를 넘어선다.
한편 사바시아는 연설에서 “2001년 신인상 투표에서 이치로에게 밀렸다”고 농담한 뒤 “나는 마지막 흑인 20승 투수나 마지막 흑인 헌액자가 되고 싶지 않다”며 흑인 선수가 사라져가는 MLB 환경을 우려했다. 또한 와그너는 “내 키는 작았고, 기대받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제 명예의 전당에 8번째 풀타임 마무리 투수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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