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미세 조종 승패 갈라
“대회 전 야외 연습 신의 한 수”
피서객들은 이색경기 눈호강
전북 소방관팀 등 참가 눈길
“슝~”, “쏴아아.”
26일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 ‘2025 고흥 드론 서머비치 페스타’ 드론축구 경기장에는 모래바람을 가르는 드론들의 비행음과 시원한 파도 소리가 하나로 뒤섞여 하모니를 이뤘다.

서핑과 수영을 즐기는 휴가객들을 앞에 두고 펼쳐진 이번 드론축구 대회에선 무더위에도 한 치의 양보 없는 한판 승부가 이어졌다. 해변의 모래사장에 설치된 8m(단변)×16m(장변)×4.5m(높이)의 경기장에 선 선수들은 강렬한 햇빛에도 드론볼과 골대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날 대회에는 총 16개팀이 참여했다. 마스터즈(2부 리그) 그룹 8개 팀, 챌린저스(3부 리그) 그룹 8개 팀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그룹마다 2개 조(각 4개 팀)로 구성돼 총 4개 조가 예선 리그를 진행했으며, 그룹별 실력 차이를 고려해 마스터즈 각 조에선 1~3위 팀이, 챌린저스 조에선 1위 팀들만 8강전에 진출하는 식으로 예선이 치러졌다. 현장 상황을 고려해 각 경기는 1세트 단판으로 펼쳐졌다.
해변에서의 드론축구 왕좌는 10대들로 구성된 ‘YG레이더스’ 팀이 차지했다. YG레이더스는 예선과 8강, 4강, 결승전을 거쳐 1위를 거머쥐었다.
YG레이더스의 이재근 감독은 “올해 초 마스터즈에 처음 들어왔는데, 목표가 마스터즈 리그 기존 상위권에 있는 팀을 하나하나 부수고 올라가서 최정상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대회 전 연습을 해온 경기장이 야외인 덕에 바람이 부는 환경에 익숙했던 점을 우승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 해변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고려한 미세 조종은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 바람을 잘 타면 공격에 속도를 더 낼 수 있으나 섬세한 조종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단판 승부인 탓에 경기 자리 배정과 바람 방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이카르스’(3위)팀을 이끈 한기수 감독은 “저돌적인 친구들은 바람을 타는 게 좋고, 민감하게 조종하는 친구들은 차라리 역방향이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뜻밖의 낯선 드론 경기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했다. 전남 여수에서 해수욕장에 놀러 왔다가 경기를 관람하게 됐다는 강기엽(62)씨는 “드론축구는 생소했는데, 이번 기회에 너무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아들, 조카와 서핑을 하러 해수욕장을 방문했다가 경기를 지켜본 조영호(59)씨도 “평소 드론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로 드론축구는 처음 보게 됐다”고 했다.
수상자 외에 독특한 경력을 지닌 팀들도 대회에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전북소방본부 내 소방관들로 구성된 ‘파이어호크스’는 재난 현장 수색 지원 등을 위해 모인 이들이 팀을 꾸려 대회에 참여했다. 팀원인 양대건 전북 장수소방서 소방위는 “드론축구가 (드론 조종) 실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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