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약 10조3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9조3456억원)보다 9798억원(10.5%) 불어났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함께 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는 하나, 은행이 이자 장사에 몰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시중금리 하락기에 가계 부채와 집값 문제 등을 내세워 대출금리 인상을 주도했던 은행들이 아닌가.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국내 은행들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워 왔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은 이자로만 무려 42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32조7000억원)보다 9조원 이상 많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웃는 사이 내수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팍팍해진 가계 살림으로 1분기 개인 신용카드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약 8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내달 1일로 예정된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가 시작될 경우 그 여파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가계나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은행이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가계와 소상공인의 고통 완화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수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문제를 제기했겠나.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곤란하다. 금융위원회가 오늘 권역별 금융협회들을 만나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고 했다. 은행의 이자 놀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자 장사에만 골몰해온 국내 은행들은 늘 혁신 의지가 부족하고 해외 시장 개척, 사업 다각화 등 글로벌 금융 선진화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결제은행(BSI)이 꼽은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GSIB)’ 40개 중에 우리나라 은행이 단 한 곳도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디지털 기술 접목과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등으로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아울러 내수 침체 장기화로 부실 대출 피해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은행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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