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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정정보도’를 요청할까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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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6 10:31:56 수정 : 2025-07-26 10:32:05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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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차관 및 차관급 인사’ 기사 중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이므로 바로잡습니다.” 2022년 서울대 총동창회가 발간하는 ‘서울대 총동창신문’에 이 같은 정정보도문이 실렸다. 윤석열정부의 차관 및 차관급 공직자 가운데 서울대 동문만 추린 명단을 보도한 게 화근이었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보훈처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점을 잊고 실수한 것이다. 유난히 ‘급’과 ‘격’을 따지는 한국 공직 사회에서 기관장이 장관급인지 아니면 그보다 낮은 차관급인지는 의전상 매우 중요하다. 2023년 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하고 그 수장 명칭이 ‘보훈부 장관’으로 바뀌며 더는 이런 잘못을 할 일도 없게 되었다.

 

지난 6월4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에 참석한 헌법 기관장들이 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던 김형두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직무대행이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국가 의전 서열상 ‘국회의장 > 대법원장 > 헌재소장 > 총리 > 선관위원장’이란 점을 알 수 있다. 뉴스1

1988년 출범한 헌법재판소는 나이로 따지면 헌법 기관들 중 막내에 해당한다. 설립 초창기에 헌재소장이 다른 기관장들보다 ‘홀대’를 받은 이유다. 이른바 ‘3부 요인’이란 말이 널리 쓰이던 시절 헌재소장은 거기에 끼지 못했다. 신문이 기사에서 “대통령은 3부 요인과 만나…”라는 식으로 보도할 때 이는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헌재 관계자들이 ‘헌재소장 예우는 대법원장의 예에 따른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을 근거로 아무리 시정을 요구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행정부의 의전 담당 공무원들은 ‘신생 기관인 헌재의 수장이 총리보다 높다니, 말이나 되느냐’는 생각이 확고했다.

 

‘헌재소장과 총리 중 누구의 의전 서열이 더 높은가’ 하는 논란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의 일이다. 그해 초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윤영철 헌재소장이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청와대의 자체 의전 규정상 총리가 헌재소장보다 상위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는 자체 의전 규정을 정밀 검토한 끝에 ‘헌재소장 > 총리’로 고쳤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사법부는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공동으로 대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동 대표지만 대법원장이 헌재소장보다는 앞선다”고 밝혔다. 오늘날 국가 의전 서열에서 ‘헌재소장 > 총리’라는 원칙이 뿌리를 내렸다.

 

서울대 총동창회가 발간한 ‘서울대 총동창신문’ 7월호 1면에 실린 그래픽의 일부.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장관급’으로 분류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고, 김민석 국무총리를 김 헌재소장보다 상위에 배치한 것도 국가 의전 서열에는 어긋난다. 서울대 총동창회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 총동창신문’ 7월호 1면에 이재명정부에서 중용된 서울대 동문들 명단이 실렸다. 김상환 헌재소장을 ‘장관급’으로 분류한 것은 치명적 실수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상은 헌법재판관이고 헌재소장은 그보다 훨씬 높아 대법원장과 동급이기 때문이다. 헌재 입장에선 김민석 총리를 김 헌재소장보다 상위에 배치한 처사도 못마땅할 것 같다. 국가 의전 서열상 ‘헌재소장 > 총리’라는 것은 이제 원칙을 넘어 국민적 상식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2022년 보훈처장을 차관급으로 잘못 기재한 오류가 떠오른다. 헌재도 정정보도 요청을 통해 시정에 나설까. 1개월 뒤 나올 ‘서울대 총동창신문’ 8월호 지면이 궁금해진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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