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거취’ 말 아끼던 與… 박찬대 “결단” 압박하자 기류 급변

‘갑질 논란’ 강선우 자진사퇴

새 정부 출범 초 국민 여론 악화
국정동력 저하 우려 목소리 커져
김상욱 “姜, 국민 수용성서 과락”
여당내 ‘보좌진 처우 개선’ 자정론
野 “재발 않도록 인사검증 개선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갑질 의혹’을 끝내 해명하지 못한 채 사퇴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여론 악화로 인한 국정 동력 저하를 우려한 여권 내 부정적 시각이 확산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강 후보자는 현역 의원이 인사청문 검증대를 넘지 못한 헌정사 첫 사례라는 오명을 안은 채 의정 활동에 복귀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강 후보자가 자신의 보좌진을 상대로 행했다는 각종 갑질 의혹을 두고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동료 의원’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부담인 데다 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그간 공개적인 비판을 삼갔다.

한 현역 의원은 통화에서 “일반 상식을 기준으로 한다면 강 후보자는 사퇴하는 것이 맞았다”며 “차마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그간 당 분위기였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인사권자의 뜻을 존중해야 하니 의견을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암묵적으로는 강 후보자의 의혹이 장관 후보자로서 결격사유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내 기류는 당권 주자인 박찬대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뒤집힌 모양새다. 김상욱 의원이 YTN 라디오에서 “국민 수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과락 점수를 받은 상태”라고 강 후보자를 공개 저격한 점도 강 후보자를 두둔하던 여권 내 기조에 균열을 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찬대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박 후보는 강 후보자의 사퇴 소식에 “결단을 내려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정청래 후보와 박상혁 당 수석대변인은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짧게 논평했다.

앞서 여당 내 기류 변화 조짐은 보좌진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며 일정 부분 감지됐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전날 의원과 보좌진 관계는 일반 직장 내 갑질과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논란이 제기되자 하루 만에 “보좌관 갑질을 옹호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여건이 다르다는 것이지, 갑질이 당연하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원내수석 발언과 관련,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직장 상사와 직원의 관계,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한쪽이 인사권을 갖고 있고, 서로 간 위계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반박했다. 최민희 의원은 강 후보자 의혹의 사실관계와 별개로 “의원실 막내 비서관에게 보좌진 노동권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취재진과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더 열어야 한다며 추가 검증을 벼르던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 사퇴 소식에 환영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자진 사퇴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이재명 정권에서 인사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장관 인선이 무산돼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공약 이행은 차질을 빚게 됐다. 장관 공백 사태 지속으로 여가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배민영·이지안·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