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쌀·車 개방·5500억달러 투자
韓 더 나은 결과 위해 총력 다하길

미국과 일본이 무역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일본과 15% 상호관세 부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자동차, 쌀 및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대신 미국이 25%인 자동차 품목 관세를 12.5%로 내려 일본산 자동차의 대미 관세는 종전 세율 2.5%를 합쳐 15%로 정해졌다. 미국은 이날 필리핀과도 19%의 상호관세 부과에 합의해 트럼프발 관세 협상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한국과 경제·안보상황이 닮은 일본의 협상 타결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이 강경하게 버티던 쌀시장까지 개방하면서 자동차 관세를 낮춘 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이미 미국발 관세 충격에 휘청거린다. 일본과 독일 업체에 비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고 현지 생산 비중도 낮아 관세 충격에 더 취약하다. 현대·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17%가량 쪼그라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고율의 관세를 무기 삼아 미 농축산물 수입 확대와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압박해 왔다. 미국은 앞서 협상을 끝낸 영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관세를 내리는 대신 농산물 개방을 관철했다. 한국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쌀시장 추가 개방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를 종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예고한 8월1일 25% 상호관세를 앞두고 한·미 협상도 급류를 타고 있다. 양국은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2+2 통상 협의’를 벌인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미 현지에 머물고 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대거 협상단에 합류한다. 발등의 불은 일본보다 더 낫거나 최소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른 나라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상호·품목 관세를 낮추기 위해서는 농산물 등 민감품목에서 적정선에서 타협과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빅테크 규제 완화와 대미 투자 펀드 조성,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 협력, 조선·에너지 등 산업협력 등도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큰 틀의 협상안이 정해지면 농민 등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도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이제 이 대통령이 국익 극대화를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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