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죄” 수사 촉구, 국면전환 시도
오바마 측 “어처구니없다” 즉각 반발
공화 소속 하원의장 조기휴회 결정에
엡스타인 관련 문건 공개 차단 지적도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곤경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 “갱단의 두목”, “반역죄” 등 원색적인 폭언으로 공격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엡스타인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돌연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갱단의 두목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며 “그는 유죄이며, 이것은 반역죄”라고 공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는 쿠데타를 주도했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제 시작할 때다. 그들을 뒤쫓아야 할 때”라며 ‘러시아 게이트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 측과 공모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가 오바마 전 대통령 주도로 조작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진 정치 공작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9년 로버트 뮬러 당시 특별검사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캠프가 러시아 측과 조율하거나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ODNI) 국장이 지난 18일 처음 제기한 이 주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키우고 나선 것은 엡스타인 리스트를 둘러싼 지지층의 불만을 돌리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돼 2019년 수감 도중 사망한 채로 발견된 엡스타인이 제작한 ‘접대 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트럼프 지지층 내부에서도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지층 내부에서 관련 정보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엡스타인과 한때 가까운 사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사무실의 패트릭 로덴부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괴상한 의혹은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힘없는 시도”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개된 자료 중 어떤 것도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했으나 투표를 조작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널리 수용된 결론을 약화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결론이 당시 초당적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마코 루비오 현 국무장관에 의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올해 여름 휴회를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도 엡스타인 리스트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하원 규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법무부의 엡스타인 관련 문건 공개를 촉구하는 안건을 잇달아 내놓을 태세를 보이자 존슨 의장이 자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처리 지연을 감수하면서까지 문건 공개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화당 내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감독및정부개혁소위원회는 엡스타인의 오랜 지인이자 성매매 알선으로 현재 수감 중인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이번 의혹에 대한 진술을 받기 위한 소환 명령을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적절하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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