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지급하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색상을 달리해 취약계층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21일부터 동행정복지센터 등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광주지역 선불카드을 지급하고 있다.
소비쿠폰은 지급액을 기준으로 3가지 색상으로 구분돼 있다. 18만원을 받는 일반시민은 분홍색 카드다. 하지만 33만원을 받는 차상위 계층과 한부모 가족은 초록색 카드, 43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남색 카드를 각각 받고 있다.
이처럼 색상이 다른 선불카드를 이용할 때 사용자의 소득 수준 등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고스란히 노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초록색과 남색 카드를 발급받은 시민들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초록색 카드를 발급 받은 A씨는 “지인과 함께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소비쿠폰을 신청해 받았다”며 “색상이 서로 달라 처음엔 의아했는데, 금액에 따라 다른 것을 알고 무척 당황했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소비쿠폰을 받으면서 가난이라는 주홍글씨를 찍히는 것 같아 너무 비참했다고 토로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B씨는 “소비쿠폰으로 아이 학원비를 결제해야 되는데 아이가 놀림을 당할까봐 카드를 쓰라고 주지 못할 것 같다”며 “남의 눈치를 보면서 소비쿠폰을 쓸 것을 생각하니 서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광주시는 소비쿠폰 발급 현장에서 오지급과 혼선을 줄이기 위해 색상을 구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선불카드 색상을 구분해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디자인은 행정안전부의 검토를 거쳤다”고 했다.
광주와 달리 전남의 경우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목포시와 여수시, 순천시, 나주시, 광양시, 고흥군, 장성군 등 7개 시·군 모두 금액별 카드 색상을 구분하지 않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다른 곳도 아닌 인권도시 광주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광주시 등 일부 지자체가 소득수준에 따라 색깔로 구분해 소비쿠폰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취약계층 여부를 노출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지자체가 민생 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금액별로 색상에 차이를 둬 사용자의 소득 수준과 취약 계층 여부를 노출한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며 “이 대통령은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인권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치라면서 즉각 바로잡으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선불카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부산과 광주에서 제작된 문제의 선불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카드 색상이 드러나지 않게 조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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