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제약사 의약품만 쓰는 대가로
현금 18억 수수·무이자 20억 대출도
리베이트로 약값 상승·환자 피해 생겨
특정 제약사 의약품을 납품받는 대가로 수십억 원의 뒷돈을 챙긴 병원장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원 속초지역 병원장 A(64)씨와 그의 아내 B(63)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는 10억여원, B씨에게는 9억여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의약품 도매업자 C(60)씨로부터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현금 18억여원을 챙겼다.
또 "병원에 신용불량자인 의사가 있는데 카드를 줘야 한다"며 C씨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의사에게 넘겨주고 3000여 만원을 쓰게 하고, 병원 송년 회비나 정신건강의학과 개원 찬조금 명목으로 각각 350만원과 300만원을 받았다.
수십억대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 쓰기도 했다.
2017년 병원을 소유한 의료재단을 인수하고자 자금을 마련하던 중 그해 11월 C씨로부터 20억원을 빌리고는 2019년 8월까지 이자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B씨는 병원 재무 이사로 재직하며 자금 및 회계 등을 관리해 남편인 A씨와 짜고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A씨가 현금 등으로 받은 돈에 더해 20억원 무상 차용에 대한 재산상 이익까지 합한 리베이트 금액이 총 25억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기소 전 검찰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파악한 결과 의사 1인의 리베이트 수수 최고 금액인 약 22억원을 뛰어넘는 액수였다.
검찰은 A씨가 C씨로부터 20억원을 무상으로 빌렸을 당시 통상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차용할 수 없던 상황으로 보고, 무이자 차용에 따른 금융 이익을 이자제한법상최고이율(연 20∼25%)로 계산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도 대부 회사를 통해 금전 관계가 형성된 점 등을 고려해상법상 법정 이율인 연 6%를 적용해 A씨가 거둔 이익이 1억1000여 만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수수한 금액은 기소 당시보다 대폭 줄어든 19억6000여 만원 정도로 산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약품 관련 리베이트는 의사의 전문적 의약품 선택에 영향을 주고, 의약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A씨는 의료기기 관련 리베이트로 과거 벌금형 처벌받았고, B씨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 은닉까지 하려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리베이트 금액 중 일부가 병원을위해 사용된 점, 항소심에서 추징금을 완납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 부부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도매업자 C씨에게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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