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시한… 韓 협상단 방미
한·미 25일 2+2 통상 협의 예정
구윤철 “모두 원팀돼 총력 대응”
美 “질 높은 합의에 더 큰 관심”
印尼 사례 거론… 압박 수위 높여
물가 상승 등 관세 부메랑 우려
이달 초 약 3주 연장됐던 새로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한(8월1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각국도 사활을 걸고, 막판 협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세 곳만 협상을 마무리했을 뿐 대부분 국가가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브라질, 인도 등은 실제 관세 부과 시 미국에 맞대응하겠다며 마지막 힘겨루기에 들어갔고,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공동대응에 합의했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보복대응보단 협상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협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관세부과 협상을 위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하는 ‘한·미 2+2 통상협의’가 재개된다. 시한이 임박한 만큼 힘을 보태기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방미길에 오른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미 미국에 도착해 협상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경제·통상·외교 장관이 모두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담판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저와 통상교섭본부장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로 회의를 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관계 부처가 원팀으로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의는 관세부과 시한 전 마지막 양국 간 공식 협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베선트 장관은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 합의의 질이지 합의 타이밍이 아니다”며 “8월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을 거론하며 “그들은 총 5차례 초안을 가져왔는데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들고 왔다”고 밝혔다. 협상 회차가 거듭될수록 더 좋은 제안을 내놔야 합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혹은 이른바 ‘비관세 장벽’ 철폐를 보여주지 않는 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 시한 내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관세는 일단 발효된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협상에서 칼자루를 쥔 미국이 상대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판단이 있을 때까지 압박 강도를 계속 높이며 합의를 종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상호관세를 고리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에도 이에 따른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관세 영향이 반영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는 등 미 국내 경제에 경고음이 켜졌다.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와의 관세 갈등이 이어진다면 멕시코산 토마토와 브라질산 오렌지주스 등의 가격 폭등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결국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지지율 하락세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한국과 동일한 25%의 상호관세율을 책정받은 일본은 관세 협상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이날 제8차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찾았지만 일본 언론은 아카자와 장관이 미국 측 협상 상대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채 일단 떠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익과 정권 명운을 건 교섭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