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수해 핑계로 의총 미뤄
일각 “새 지도부에 넘길 의도”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던진 혁신안은 물론 최근 극우 성향의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의 입당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될 기류가 감지된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 지도부와 함께 수해 현장을 찾는 등 본격적인 유세 활동에 나섰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20일 의총을 열고 ‘윤희숙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들을 논의하기로 계획했지만, 전국적인 폭우 피해를 고려해 하루 미뤘다가 다시 연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동안 의총 일정을 미뤄온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 전국적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한 피해 때문이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40여명은 이날 수해 피해가 심각한 충남 예산군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송 비대위원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농기계까지 침수돼서 당장 금년 농사뿐 아니라 다음해 농사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국민의힘도 계속해서 지원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가재도구를 나르고 의원들과 함께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내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당심(黨心) 공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수해를 핑계로 의총을 뭉개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정하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당이 이렇게 가는 것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고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밤새워서라도 의총을 하면 된다. 왜 안 하고 넘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복잡한 사안이 해결도 잘 안 되는 것 같으니 ‘전당대회 빨리 치러서 새 지도부에 넘겨버리자’고 방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한길 논란’도 의총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이라는 전선이 ‘친길(친전한길) 대 반길’로 불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당권 후보군인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관련 보도를 공유하면서 “이참에 전씨 같은 보수를 망가뜨리는 극우 인사들도 이재명정부에서 데려다가 중히 쓰시면 ‘윈윈’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조경태 의원도 전씨 입당에 비판적인 입장인 반면, 김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의 경우 윤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23일 국회도서관에서 공식적으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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