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혼한 후 아들과 갈등
‘비속살인’ 놓고 처벌 강화 목소리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도 관심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준 30대 아들을 며느리와 손주가 보는 앞에서 직접 제작한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은 그간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웃들은 “집 밖에 잘 안 나오던 사람”이라고 떠올렸다. 긴급체포돼 수사 당국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그는 22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에도 미리 불출석 의사를 통보하며 외부 노출을 피했다.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62)씨는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유치장에 입감된 그는 이와 관련해 “출석하기 싫다”면서도 별다른 사유는 경찰에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31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총기를 발사해 아들 B(3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거주지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으며, 21일 정오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불화를 범행 동기로 털어놨다. 하지만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도 “알려고 하지 말라”면서 구체적인 동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아들 살해 이후의 계획과 자택 폭발물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자포자기 심정이 컸다” 등으로 극단적 처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에스테틱(미용) 그룹 대표와 20여년 전 이혼한 A씨는 아들과 오랜 갈등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찰에 “평소 ‘어머니와의 이혼은 아버지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려 다툼이 잦았다”는 취지로 털어놨다고 한다.

A씨의 끔찍한 범행의 전체 밑그림이 드러나며 향후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도 주목된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 공개에 관한 법률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피의자의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을 때 신상을 공개하도록 정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함께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범행과 관련해 A씨가 저지른 비속(아랫세대) 살인을 놓고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형법에는 자식이 부모를 해쳐서 숨지게 할 땐 ‘패륜 범죄’로 가중처벌하는 존속살해죄가 있다. 최대 형량이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당장 A씨에게 적용된 일반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높다.

부모가 성인 자식을 살해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비속살해죄는 따로 규정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존속살해죄만 가중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두 죄목을 구분하지 말고 재판에서 구체적 범행 내용으로 양형을 정하자고 주장한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시대가 변했고 사회가 달라졌다. (존속살해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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