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 물량 줄며 철근값 소폭 인상
미국發 관세전쟁·건설업 부진 등
위협 요소도 여전해 낙관은 일러
중국 내 철강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국내 철강 업계가 숨통을 틀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장기화하는 글로벌 건설업 부진과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시작된 자국 철강 보호 정책 강화 등으로 마냥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철강대국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 3월 9284만t을 기록한 데 이어 4월 8602만t, 5월 8655만t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생산량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앞서 중국 정부가 과잉 철강생산 능력을 축소하도록 개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이 자국 내에서 소비되지 못하자 재고 처리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덤핑(자국 시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행위)식으로 수출됐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업계는 저렴한 중국산 철강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결과 국내 철강 업계는 공장 폐쇄와 매각 등 조치를 취해야 했다. 지난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제강과 1선재 공장을 폐쇄했으며, 현대제철도 지난달 포항 2공장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데 이어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 동국제강 역시 인천공장 압연공장 및 제강공장 생산을 22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간 중단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감산 조치가 중국 철강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면서 중국은 물론이고 국내 철강 업계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t당 71만원에서 거래되던 철근은 최근 74만원가량으로 올라섰다. 열연강판은 81만∼82만원, 후판은 93만원, H형강은 105만원까지 상승했다
다만 완벽한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건설업 불황을 비롯해 장기적 경기 침체, 올해 초 시작된 미국발 관세전쟁 등으로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인도, 캐나다, 베트남 등에서 자국 기업 보호를 명목으로 무역 장벽을 높여 수출길이 좁아진 점도 국내 철강 업계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철강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명확한 기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철강 제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설업이 불황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업계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불안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기 사용료 지원이나 감면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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