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임단협 장기화로 구조조정·인력 재배치 등 후폭풍… 업계 “상생 해법 절실”
기아차·포스코·한화오션 등 산업계 노사 갈등 확산, 임단협 리스크에 제조업 경쟁력 흔들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임금 및 단체협상 시즌을 맞아 국내 제조업계 곳곳에서 노사 갈등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 포스코, 한화오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굴지의 주요 대기업들이 임금 인상폭과 근로조건을 두고, 노조와 사측 간의 입장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2025년 임단협에서 성과금 규모와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사안들이 맞물리면서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최대실적 달성에 따른 성과분배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미국 관세 부과 확대 등 경영 여건 악화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포스코 역시 미국 철강 관세 인상, 중국발 저가 공세, 건설경기 악화 등 대내외 악재에 노조의 무리한 요구안까지 더해지며 임단협 난항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한화오션, LG화학,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어,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극심한 대립을 겪은 현대제철의 사례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어떤 대가가 돌아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현대제철의 임단협 협상은 극한의 갈등으로 치달았다.
사측은 영업 손실을 막기 위해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뒀고, 노조는 회사가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파업 등 강경 투쟁으로 총력전에 나섰다.
이 같은 극한 대립은 회사가 기존 제시안에서 임금 소폭상승과 성과금 50만원을 추가 인상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해를 넘겨서야 일단락됐다.
하지만 장기화된 갈등의 대가는 컸다. 철강산업이 각종 악재로 위기에 처하면서, 극단적인 노사 대립은 최악의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은 무한궤도의 부품과 완제품 등을 생산하는 포항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과 포항2공장 무기한 휴업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됐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면에서 극단적인 노사 갈등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투자 위축을 가져오게 되며, 이는 결국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대제철 사례는 국내 제조업 전반에 보내는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한편 노사 갈등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노사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근로 손실일수는 45만 6863일에 달했다.
이는 전년 35만 5222일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근로 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의견 불일치로 노조가 하루 8시간 이상 작업을 중단한 경우) 인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환산한 지표다.
이 같은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의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단협으로 인한 노사 갈등이 결국 직원들의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결국, 노사 모두가 한발짝씩 양보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지 않는 한, 갈등의 대가는 고스란히 근로자와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안정을 함께 도모하는 성숙한 노사 문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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