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면서 밤잠 설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밤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열대야’가 이어지면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한다.
22일 이화여대의료원에 따르면, 여름철 불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불면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아니라,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자는 도중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우며, 아침에 피로감이 심한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수면의 질 저하를 말한다.
이 같은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면 장애’로 진단되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숙면에 적합한 실내 온도는 18~20도”라며 “열대야에는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중추신경이 깨어 있어 잠들기 어렵고 깊은 수면에 도달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특유의 고온다습한 환경과 길어진 일조 시간도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이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하고 생체 리듬의 변화를 초래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불면의 원인이 특정 질환일 경우 해당 질환의 치료가 우선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수면 위생’ 개선이 효과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수면 위생 방법으로는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기 ▲낮 시간에 활동량 늘리기 ▲취침 전 과도한 음주 피하기 ▲오후 늦은 시간 카페인 섭취 자제 등이 있다.
김 교수는 “낮에 몸을 충분히 움직이면 뇌에 수면 유도 물질인 아데노신이 쌓여 밤에 쉽게 잠들 수 있다”며 “특히 아침 기상 시간만이라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생체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카페인은 체내에 약 12시간 머무르므로 오전 10시 30분 이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편, 술은 일시적으로 잠을 유도할 수 있지만 수면의 깊이를 방해하고 무호흡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열대야로 인한 불면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하루의 컨디션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약물 치료에 앞서 수면 환경을 점검하고,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인지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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