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일상화되면서 유통업계가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염과 스콜성 호우 등 예측이 어려운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 구성과 프로모션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뚜렷한 계절성이 요구되던 기존 패션 상품 대신, 다양한 날씨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시즌리스(Seasonless)’ 아이템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은 린넨 셔츠, 셔켓, 여름 니트 등 다양한 기온대에 맞는 아이템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서머 슈즈 페어’를 기존보다 약 한 달 빠르게 열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장마 시작이 2021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지고, 지속 기간도 12일가량 길어질 것으로 예보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크록스, 레페토, 제옥스 등 3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총 200억 원 규모의 상품이 준비됐다. 신세계 단독 구성 상품도 50억 원 상당 마련했다.
CU는 최근 사내 세일즈 전략 태스크포스를 소집해, 당초 폭염 중심이던 7월 마케팅을 장마 시즌 중심으로 수정했다. CU는 막걸리와 안주류 등 장마철 인기 상품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막걸리 24종에 대해 2~4병 이상 구매 시 병당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제휴카드 결제 시 추가 할인을 적용한다.
GS25도 전통주류와 우산 수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느린마을생막걸리, 지평생쌀막걸리, 산사춘 등 총 9종 제품에 대해 2개 이상 구매 시 병당 250~4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우산 상품군도 대폭 확장했다. 7,000원에서 1만 원 사이 다양한 가격대의 우산을 마련하고, 베이지·카키 등 트렌디한 색상과 방수 기능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인기 캐릭터 ‘캐치! 티니핑’ IP를 활용한 아동용 우산도 새롭게 출시했다.
G마켓은 올여름 폭염주의보가 지난해보다 18일 빠르게 시작된 점을 반영해 ‘빡세일’ 행사를 조기 기획했다. 행사에서는 냉방가전, 계절가전, 여름의류 등 폭염 관련 인기 상품 1,000여 종을 선보였다. 11번가는 ‘월간 십일절’ 프로모션을 통해 제습기·냉풍기 등 여름 가전을 타임딜로 판매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맞춘 전략적 상품 배치를 강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기민한 전략 수정과 빠른 실행력으로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날씨를 읽는 기업만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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