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前 여가부 장관, 지인에 글
“姜 지역구 민원 요청 거절했더니
‘하라면 하는거지 말 많다’ 화낸 후
여가부 예산 일부를 보복성 삭감”
與는 복수 낙마 국정 타격 우려에
“임명권자의 결정 존중” 엄호 총력
노동계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함”
자신의 보좌직원에 대한 갑질 및 이직 방해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이번에는 ‘예산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지역구 사업에 협조하지 않는 부처 예산을 ‘보복 삭감’했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그 부처는 강 후보자가 현재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여가부였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내 ‘여성학 1호 박사’인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은 전날 지인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장관 재임 시절 강 후보자를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문재인정부 출신인 정 전 장관은 이 글에서 강 후보자가 본인 지역구(서울 강서갑)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요청했으나, 산부인과 의사가 확보되지 않아 센터 설치에 난항을 겪었다고 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피해 등을 겪는 여성과 아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정 전 장관이 이 같은 어려움을 전하며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하니 강 후보자는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이후 강 후보자가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결국 강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며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당시 시점은 강 후보자가 2021년 8월∼2022년 5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활동했던 때로 보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조짐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직장 내 약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은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보좌진에 대한 ‘갑질’ 해명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공직자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이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거듭된 논란에도 여당은 “임명권자(이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강 후보자를 엄호하겠단 기조다. 전날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철회된 데 이어 강 후보자마저 낙마할 경우 강 후보자 개인은 물론 여권이 입을 타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전쟁에 승리했던 제갈공명의 결단, 또 알코올 중독자인 그랜트 장군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전권을 위임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대통령의 결단, 임명권자 입장에선 이런 두 가지 결단이 있다”며 “어떤 결단이 정답인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임명권자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일단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당사자가 해명했다”며 “인사권자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 후보자는) 전문성과 자질과 관련된 문제의 소지는 없었다”며 “갑질은 아무래도 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 (강 후보자의) 전·현직 보좌진의 반대된 진술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방어전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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