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코바니 원전 수주액만 187억弗
상반기 11년 만에 300억弗 넘어
전년동기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
유럽 비중 63.5%로 역대 최고치
중동 수주액 44.4% 감소해 대조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변수 여전
“하반기 시나리오별 대응책 절실”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이 11년 만에 300억달러(약 41조원)를 넘어서며 ‘해외건설 연 500억달러 수주’라는 정부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 사업 중 단일 사업 기준 역대 2위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우여곡절 끝에 수주한 덕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건설사의 핵심 사업지인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수주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해외건설협회(해건협)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는 총 258건(88개국), 310억10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156억달러)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선 건 2014년 상반기(375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중 수주에 성공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187억달러 규모로,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191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해외건설 사업이다.
체코 원전 수주로 올 상반기 지역별 수주 통계에서도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뛰었다. 유럽 수주액은 196억8000만달러(63.5%)로, 1990년 10월 유럽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 수주를 기록했다. 체코 원전 덕분에 유럽 수주액은 전년(4억5000만달러) 대비 43배 이상 늘었다. 전체 수주액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60.6%포인트(2.9%→63.5%)나 커졌다.
다만 체코 원전 실적을 제외하면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수주액은 123억1000만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156억달러)보다 적다.
유럽에서의 실적 호조와 달리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 사업지인 중동에서의 수주액은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중동 수주액은 55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100억3200만달러)보다 44.4% 감소했다. 지난해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했던 파딜리 가스플랜트 사업이 총 73억달러 규모로 역대 4위 수준이었던 만큼 이로 인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지만, 최근 중동 사업지에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건산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해외 건설시장의 발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은 역내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며 “현재는 휴전 중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의 향후 전개 여부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태홍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이스라엘과 이란) 두 국가 간의 충돌이 주변국으로 확산되거나 핵 문제로 인해 국제 사회의 개입이 심화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도 존재하고 있다”며 “향후 전개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선진국 및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할 경우 중동 국가 재정 여건 악화와 사업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 요인이다.
해건협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중동지역 분쟁의) 영향권에 있고, 현재 국제유가 상황에서는 (중동 국가들의) 발주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례를 보면 하반기에 수주되는 경우들이 많아서 그래도 상반기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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