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폭염 때 에어컨도 못 틀어”…폭염대책 사각지대 근로자들

입력 : 2025-07-21 18:30:00 수정 : 2025-07-21 18:28:31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가사관리사들 “고객 허락 시 냉방”
배달 기사도 무방비 일터 내몰려
근로자성 인정 안 돼 고충 토로

일부 건설 현장 휴식 땐 일당 깎아
노동자들 쉼 대신 작업 선택도
“임금 보장해 주는 지원책 등 절실”

서울 서대문구 등지에서 서울형 가사서비스 업체 소속 가사관리사로 일하는 김모(50)씨는 폭염이 이어지던 이달 초 3년째인 이 직업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방문 가정 냉장고에 ‘전기료가 많아 나와 에어컨을 틀지 말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고, 체감 온도가 33도가 넘는 가운데서도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다. 청소를 마쳤을 땐 비에 쫄딱 젖은 꼴과 다름없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21일 서울 송파구 한 조형물에 현재 기온이 표출되고 있다. 뉴시스

김씨처럼 냉방을 요구하지 못하고 ‘폭염 작업 시 휴식 의무화 지침’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실제 근로자들이 일하는 환경과 지침이 동떨어져 있다는 지이다.

 

21일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이 서울형 가사서비스 종사가 18명을 포함해 22명의 가사관리사를 대상으로 14∼15일 긴급설문한 결과를 보면 폭염 시 가정에서 ‘냉방을 자유롭게 사용한다’(중복 응답)는 응답은 14%(5명)에 그쳤다. 가사관리사 셋 중 한 명(34%)은 ‘고객이 허락해야 사용할 수 있고, 고객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임모(57)씨는 지난달 말부터 여벌 옷을 필수로 챙겨다닌다고 했다. 오전에 한 가구만 방문해도 땀으로 샤워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임씨는 “얼마 전엔 6살 아이가 내 턱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얼굴이 다홍색이 되니 놀란 얼굴로 ‘아줌마 왜 그래’라고 물었다”며 웃지 못할 일화를 설명했다.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은 적어도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은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15일 서비스 서울형가사서비스 수행 업체 32곳에 냉방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유니온 측은 업체가 아닌 가정에 직접 문자 발송을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배달 라이더 역시 무방비 상태로 일터에 내몰리긴 마찬가지다.

라이더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17일 시행된 개정 지침을 적용받지도 못한다. 지침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곳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폭염 때 배달 수요는 늘고, 플랫폼 업체들은 폭염 할증을 붙여 단가를 올린다”며 “평소 낮은 단가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법이 엄연히 적용되는 사업장에서도 폭염 대응 지침은 쉽게 무시된다.

지난 4일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서 한 배달라이더가 오타바이를 타고 지나고 있다. 뉴스1

박세중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폭염 시 오후 2시 이후 작업을 중지하고 그날 일당의 70%만 지급한다고 하면 오히려 일용직 노동자들이 더 일하겠다고 요구하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했다. 박 국장은 “폭염 시 휴식권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최대한 이런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라이더 등 이동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조만간 플랫폼 운영사와 간담회를 할 것”이라며 “얼음물 제공, 주기적인 휴식부여 등을 적극 지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