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의사결정 플랫폼 갖춰
설비용량 3.5GW ‘세계 5위’ 우뚝
2050년 최대 55GW 보급 목표로
유지보수·인프라 공유 등 제안
대만은 해상풍력 시장에서 떠오르는 샛별과 같다. 2012년 처음 해상풍력 실증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3.5GW 이상을 보급한 세계 5위 ‘해상풍력 대국’이 됐다. 지난달 기준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320㎿에 그치고 육상풍력까지 합해도 2.3GW에 그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속도다. 천중현 대만 에너지부 국장은 대만의 빠른 보급 비결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대만과 힘을 합쳐 아시아 풍력산업의 유럽연합 같은 조직체를 꾸리자는 천 국장을 지난 3일 부산에서 만났다.

대만은 해상풍력 설비를 2035년까지 18.4GW, 2050년까지 최대 55GW 보급한다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가졌다. 천 국장은 “투명하고 신속한 규제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규제상 불가할 경우 대안을 제시하거나 규제를 개정하도록 신속히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산업 초기 단계인 만큼 어느 부서나 학자, 기관이든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대만이 고안한 것이 ‘밀접한 개발 플랫폼’이다. ‘행정원’이라는 명칭의 이 플랫폼에는 대만 에너지부, 환경부, 해양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개발사업자들이 모두 모여 필요할 때마다 각종 일정과 공사, 이슈를 확인했고 문제가 생기면 회의를 통해 신속히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가 됐다.
천 국장은 “우리는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해양, 교통, 수산업계, 심지어는 농업계 이슈까지 여기서 협상했다”고 말했다. 천 국장에 따르면 행정원 논의 덕에 기존에는 3년씩 걸리던 인허가 기간이 현재는 이슈에 따라 1∼2개월 안으로 결정된다.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 통과한 해상풍력특별법상 국무총리실 산하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설치하게 한 것처럼, 대만은 진작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를 둔 것이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나라다. 이 때문에 대만 해상풍력은 초기에 외국 기업이 주도했다. 당시 ‘내수 공급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걱정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해상풍력발전소를 지을 내수 기업이 없어 그런 걱정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대만은 자체적으로 기자재를 조립하는 기업도 있고 인력 양성을 위한 센터도 설립했다. 천 국장은 “초반에 해외 기업들이 진출해 국내 기업이 배울 수 있도록 했고, 이때 경험을 키웠다”며 “해상풍력발전은 자본 집약적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지연은 더 큰 비용을 발생시켜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반엔 국내 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입찰 참여 시 내수 기업 비율 할당을 뒀고, 이제는 그런 정책이 없이도 케이블 등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며 “우리가 정책을 뒷받침하고 시장을 키우면서 지역 공급망에도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2050년까지 최대 55GW 보급 목표를 달성하려는 대만으로서는 여전히 새로운 입지 발굴과 예산 확보, 규제 완화 및 기술 개발 등 남은 과제가 많다. 천 국장은 “한국과 일본, 대만이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공급망 협력, 정책 경험 공유, 공동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아시아판 ‘해상풍력 유럽연합(EU)’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풍력터빈과 유지보수(O&M), 부유식 기술 공급망 및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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