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 새 정부의 교육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서울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과 파급력이 전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으니 정책의 홍보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라 하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거점 국립대의 총장으로서, 이 정책의 핵심이 이름이 아니라 의미에 있다는 점에 국민적 관심이 더 쏠리기를 바란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각 지역에 있는 거점 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재정과 지원을 집중 투자해 이들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이 정책이 지방의 거점 국립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의 근본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 중심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최고 수준 대학의 지역분포를 확대하여 수도권의 과밀하고 서열화된 대학 입시 체제 변화를 통해,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은 국내외 우수 청년 인재를 지역으로 유인함으로써 지역의 교육·문화·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하나의 국가 성장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거점 국립대는 지역의 사립대나 중소 규모 대학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 학문 분야의 인재 양성과 연구에 기여하며 이러한 공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역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는 학부 교육에서부터 기초 학문 분야를 튼실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립대학과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지역 사립대의 학부 전공 수는 평균 60여개에 불과한 반면 주요 주립대학은 평균 136개로 사립대에 비해 훨씬 많다. 이는 사립대학이 시장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전공을 운영하는 반면 주립대학은 공공성과 학문 간 균형 발전을 추구하며 기초 학문이 소외되지 않도록 폭넓은 전공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많은 사람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연구 중심 대학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을 배제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연구 중심 대학의 역할은 ‘교육+연구’이지 연구만 하는 대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연구 중심 대학을 대표하는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결코 학부 교육을 간과하지 않는다. 이들 대학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부 교육 시스템으로 대학원과 연구소에 우수 인재를 공급함으로써 교육과 연구가 균형 잡힌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기초학문 투자는 응용학문보다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고등 교육 정책 추진에서 이 점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우리나라 고등 교육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이며 미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마중물이다. 따라서 거점 국립대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지역의 국공립대학, 사립대학, 전문대학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거점 국립대는 공공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지역 대학 간 연대와 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희생과 재투자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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