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20권짜리 웹소설 대작 영상화
제작비 300억… 화려한 특수효과 압권
“평범한 이들 사이 연대 앞세워 각색
더 많은 관객의 세계관 이해에 고심
속편 꿈꿔… 어느 정도 구상도 돼 있어”
10여년간 연재된 판타지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멸살법)의 연재가 끝난 날. 인기 없는 이 소설의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안효섭)는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이 홀로 살아남는 결말에 실망해 작가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다. 퇴근 길 지하철 안, ‘결말이 마음에 안 들면 원하는 이야기를 써보라’는 작가의 답장을 받은 김독자의 눈 앞에 멸살법 도입부와 똑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동호대교 위에서 객차가 멈추고, 도깨비가 나타나 ‘살생을 하라’는 미션을 내린다. 소설의 전개를 아는 김독자는 ‘유상아’(채수빈), ‘이현성’(신승호), ‘정희원’(나나) 등과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23일 개봉하는 판타지 대작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은 부부 작가 ‘싱숑’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 본편 551화, 단행본 20권 분량의 방대한 세계관을 영상화해야 하는 미션에 ‘더 테러 라이브’(2013)와 ‘PMC: 더 벙커’(2018)의 김병우(45) 감독이 뛰어들었다.

신과 역사적 위인 등 초월적인 존재, 즉 ‘성좌’들이 지상의 인간들을 지켜보고, 일부는 특정 인물을 후원하는 ‘배후성’이 되며, 상태창을 비롯한 시스템을 통해 의사를 드러낸다는 게 원작의 설정. 장르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낯설디 낯선 설정을 범대중을 겨냥한 상업영화로 각색하며 김 감독은 ‘연대’라는 키워드를 빼들었다.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원작을 안 본 이들을 포함해 어떻게 하면 많은 관객이 최대한 쉽고 간편하게 (극중 세계관을) 이해하도록 할지 고민했다”며 “혼자였던 독자가 팀을 결성하고, 평범한 이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을 영화의 줄거리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독자의 회사 동료인 유상아 캐릭터 설정을 바꾼 것도 ‘연대’라는 토픽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 원작의 유상아는 계약직 업무 기간이 만료된 김독자와 달리 정규직으로 전환된 유능한 인물이었던 반면, 영화에서는 독자와 마찬가지로 계약만료 통보를 당한다. 김 감독은 “(유상아가) 김독자와 비슷한 입장인 게 훨씬 더 동질감이 들고 유대감이 살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작의 많은 설정과 내러티브는 각색 과정에서 단순화됐다. 배후성의 존재감은 특히 크게 줄었다. 동서고금의 설화와 역사적 사실을 폭넓게 차용해 배후성을 부각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성좌들의 이름과 능력이 등장할 뿐 각 캐릭터성이 묘사되지는 않는다. 지난 16일 언론시사회 이후 원작의 매력적 요소가 영화에 담기지 않았고, 원작의 설정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원작 팬덤의 우려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김 감독은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원작의 초반부에 국한된 이야기를 이번 영화에서 다뤘다”며 “이후에 펼쳐질 더 확장된 세계관에 대해서는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예고편 이미지나 텍스트를 통해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많은 분들이 보시면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대부분 납득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속편 제작 의지도 밝혔다. 그는 “속편을 만들고 싶고, 어느 정도 구상도 돼 있다”며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1시간 57분 러닝타임, 전체 1500여컷 중 1300여컷이 컴퓨터그래픽(CG)일 만큼 화려한 특수효과(VFX)를 자랑하는 영화에는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손익분기점은 600만명 수준. 꽁꽁 얼어붙은 극장 상황, 영화계는 전독시의 흥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전독시’는 평범한 이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판타지 액션입니다. 이번 영화에는 대서사시 같은 원작의 극히 일부만이 담겼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예고편에 불과해서는 안 되고, 충분히 재미가 있고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영화로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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