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초대 외교당국 수장이 된 조현 신임 외교부 장관이 ‘바이든 날리면’ 논란 등 국내 정치에 휘말렸던 외교부의 과오를 반성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조 장관은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정부의 외교부와 관련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고 한 뒤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끝까지 ‘올인’”한 일, “(날리면 논란 때) 외교부가 MBC를 제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 등을 예시로 들며 비판했다.
그간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외교부를 대표해 사과하는 것을 취임 일성으로 삼은 조 장관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식 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난 조 장관은 산적한 외교 과제 중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제로섬(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관계) 아닌 윈윈(모든 참여자가 이득을 보는 결과)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래의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가야 할 외교부가 조금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패키지딜 등을 살펴보겠다”며 “흔히 관세 협상을 제로섬으로 생각하지만, 협상을 해 온 경험에 비춰보면 논제로섬(제로섬이 아닌) 윈윈 협상안이 나온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외교부”라고 말했다.

미국 방문 일정 관련 “종합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를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한 조 장관은 이번주 안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로 상견례를 하며 우리 정부 입장을 호소하고, 이달 내 방미를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사에서 조 장관은 “지정학적 불안정과 긴장이 심화되는 시기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 꼽으며 “이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심화하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 안보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지평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며 “당면한 경제 안보·통상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다자·통상외교 분야에서 활약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부 1·2차관을 지냈다.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야당도 그에 대한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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