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서워서 심장이 떨렸어요.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어요."
지난 17일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3층에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A씨는 18일 연합뉴스에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불이 났을 때 집 안에서 쉬고 있던 A씨는 누군가 외치는 "불이야!"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열었을 때 밖은 이미 검은 연기로 앞이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불은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3층에 있는 A씨 가구는 발화 추정지점과 불과 수 m 떨어져 있어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실제로 이번 화재로 인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가 숨진 주민 3명은 모두 아파트 저층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놀란 마음을 가까스로 다잡은 A씨는 집에 있던 가족들을 부르고 휴대전화를 챙긴 뒤 곧바로 집 안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후 119에 신고하니 상황실 관계자 역시 "화장실에서 수건을 적셔 입을 막고 대기하라"고 안내했다.
당시는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염과 연기가 건물 위쪽으로 확산하는 상황이었다.
화장실 안에 쪼그려 앉아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은 A씨 등 가족 3명의 피말리는 수십 분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구조의 손길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와 수도 공급까지 끊겨 초조함은 더 커졌다.
어둠 속에서 불안감이 극에 달해 119에 재차 전화하길 반복하며 고립된 채 기다린 지 50분가량이 지난 오후 10시께가 돼서야 소방대원들은 집 문을 열고 들어와 A씨 가족을 구조했다. 화재 완진 20여 분 전이었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온 것을 제외하면 이들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A씨는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된 뒤 화장실 밖으로 나오니 집 내부는 다 타 있었다"며 "그나마 화장실이 복도 쪽으로 들어가 있고, 안에 수돗물이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구조된 A씨 가족은 당분간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지낼 예정이다. 임시 숙소에는 현재 13세대 3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해 있는 상태다.
이곳에는 대피 주민들이 쓸 텐트와 식수, 침구 등이 준비됐다. 주민 편의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된 상태다.
A씨는 "무사히 탈출해 다행이지만 집을 잃어 당장 생활과 출근이 걱정이다"라고 밝힌 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 10분께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45세대·116명 거주)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졌다. 또 9명이 중상을 입고, 55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쳤다.
불은 1시간 20여분 만에 모두 꺼졌지만, 삽시간에 화염이 옥상까지 번지며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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