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존재 의미 입증에 노력
관객 수 평가받을 생각에 떨려
K콘텐츠 발전 위한 역할 고민도”

“세계가 점점 개인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여러 인간이 모였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민호(38·사진)는 10년 만의 스크린 출연작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23일 개봉·이하 ‘전독시’)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깊은 이야기와 정서적 해소가 필요할 때 극장에 가곤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풍부한 정서로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출연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전독시는 웹소설계 ‘레전드’로 꼽히는 동명 웹소설을 각색한 작품. 10년 넘게 연재된 판타지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멸살법)을 끝까지 본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안효섭)의 현실에 어느 날 갑자기 멸살법의 세계관이 펼쳐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초반, 김독자가 오랜 시간 동경하던 멸살법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이 그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을 주며 두 인물은 강렬한 첫 만남을 갖는다. 멸살법을 이미 읽어 알고 있는 김독자는 유중혁을 포함해 여러 동료들과 함께 소설 속 세계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거대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답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 대부분 장면에 쓰였고, 제작비는 300억원에 달한다. 손익분기점은 600만명.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 베테랑이지만, 이민호는 “‘관객수’라는 명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어 떨린다”고 토로했다.
유중혁은 출연 분량이 많지 않지만 그 안에서 독특한 세계관의 주인공임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하는 역할. 그는 “역할의 비중보다는 캐릭터의 존재 의미와 이야기 안의 기능을 신경썼다”며 “처절하고 처연한 면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중혁 캐릭터에 대해서는 “결과에 대한 낙관적 기대 없이도 주어진 순간을 묵묵히 살아내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웹소설 전독시는 약 3년에 걸쳐 551화로 완결된 장편소설. 방대한 세계관을 내포한 작품인 만큼 이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후속편이 만들어질지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23일 개봉하는 영화에는 원작의 극히 일부인 초반 내용만 전개된 터다. 이민호 역시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는) ‘모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관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지요. 2편이 제작된다면 막 세계관을 경험한 독자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한 중혁이 깊이 얽히고 충돌해 흥미로울 겁니다.”
국내 극장이 얼어 붙은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중견 배우 다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K콘텐츠 산업뿐 아니라 산업 여러 영역이 둔화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큽니다. 자본 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주어진 환경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던져질 때 살아 있음을 느껴요.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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