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디킨스의 예수 이야기(찰스 디킨스, 민혜숙 옮김, 이른비, 1만1700원)=‘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 등 여러 걸작을 남긴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자녀들에게 읽히기 위해 쓴 글이다. 디킨스는 작가답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에 강조점을 두고 예수의 생애를 쉽고 간결하게 재구성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 치유와 기적, 제자들과의 동행,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귀스타브 도레의 성경 삽화가 함께 실렸다. 디킨스는 1846년부터 1849년까지 자녀들에게 종교와 신앙을 설명해주기 위해 이 글을 썼고, 이 원고를 세상에 공개하기를 원치 않았다. 원고는 디킨스 사후인 1934년 유족들의 결정으로 출간됐다.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신디 L 스캐치, 김내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1만9500원)=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가려 그 본질을 망각하기 쉽다. 저자는 우리가 이 당연한 사실을 잊는 이유가 법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은 규칙이나 법 혹은 새로운 지도자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위기의 시대를 건널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은 시민, 곧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민주 시민이 지켜야 할 6가지 수칙으로 “지도자를 따라가지 말 것”, “권리를 누리되 책임질 것”, “광장에서 계속해서 교류할 것”,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 것”,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 “다음 세대를 방관자가 아닌 시민으로 키울 것”을 제안한다.

우울 탈출법(함영준, 북스톤, 2만원)=자신에게 찾아온 우울증을 인생의 숙제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성숙한 삶으로 전환해 낸 사람 이야기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50대 중반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오자 자신의 우울증을 직접 ‘취재’하며, 삶을 되살릴 방법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우울증이 ‘삶의 전환점’일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흔한 위로보다 구체적인 ‘회복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먼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명상가, 예술가, 종교인 등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라고 조언한다. 약물치료, 걷기 명상, 글쓰기, 아침 일기, 자연과의 접촉 등 직접 실험하고 효과를 본 회복 방법도 소개한다.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최훈, 현암사, 2만원)=‘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그 격언을 뒤집는 이 책에 따르면, 현생 인류는 얼굴을 보도록 진화해 왔다.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은 자기 무리를 구별해내기 위해 얼굴을 구분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고도로 발달시켰고, 내 편에게 나의 의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표정을 풍부하게 쓰게 되었고, 내 시선의 방향을 알리기 위해 흰자위 면적도 넓혔다. 우리는 모르는 얼굴도 0.1초 만에 인지해 첫인상을 만들어내고, 별거 아닌 사물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닮은 배열을 찾아낸다. 얼굴을 보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다. 얼굴은 신원, 나이, 성별, 기분,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책은 우리가 얼굴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떤 얼굴을 좋아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얼굴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의 얼굴 사진과 인공지능(AI) 인물 사진을 활용했는데, 거울을 보며 책을 읽다 보면 그 내용이 더 실감 나게 와닿는다.

과학의 최전선(패트릭 크래머, 강영욱 옮김, 21세기북스, 2만5000원)=저자가 회장으로 있는 막스플랑크협회는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세계 과학의 중심에 선 연구기관이다. 저자는 회장 취임 전 과학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협회 내 84개 기관을 1년간 돌아다니며 최신 과학을 엿보기로 결심한다. 천문학, 기후 연구, 생물의학, AI, 에너지, 문화예술, 법학 등 현대 과학의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연구 현장이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300명에 달하는 연구소장과 100여개국 출신 2만4000여명의 연구자가 이끄는 연구팀의 이야기는, 막스플랑크협회가 왜 ‘노벨상 사관학교’라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증명한다. 200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테오도어 헨슈, 2023년 수상자 페렌츠 크러우스 등 생존한 노벨상 수상자들과 직접 나눈 순간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미래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또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자연스럽게 영감과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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