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기량 성장… 당장 승패 문제 아냐 ”
축구계 안팎선 2026년 월드컵 성적 우려
‘아시아 최강’이란 간판이 한국 축구에 어울리지 않게 된 지 오래됐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축구팬의 혀를 차게 할지는 몰랐다. 지난 15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지고 안방에서 우승컵을 내준 한국 축구대표팀 얘기다. 하지만 홍명보(사진) 대표팀 감독은 “우리가 더 잘했다고 생각했고, 일본이 우리 수비에 위협을 주지 못했다”며 팬심과 동떨어진 평가를 내렸다.

양팀 모두 해외파 없이 맞선 대결에서 우리 대표팀은 골키퍼 조현우 등 일부 주전 선수를 포함해 K리그1 최정예 멤버가 나섰음에도 대표팀 비주전으로 구성된 일본 국내파 선수들에게 밀렸다. 역대 한·일전에서 3경기 연속 진 것도 처음이다. 일본과 역대 전적에선 한국이 42승 23무 17패로 앞서지만, 최근 3연패를 포함해 10경기에선 2승 3무 5패로 열세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선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7골이나 내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이던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 평가전과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벌인 동아시안컵 맞대결에서 모두 0-3으로 완패한 대표팀은 동아시안컵에서도 이날 패배로 3승 3무 4패로 뒤지게 됐다.
직전 두 경기에 비해 점수 차는 줄어들었으나 패스의 정확도와 볼 터치, 킥의 정교함, 조직력 등 선수들의 기량 격차는 과거보다 더 벌어진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한국 선수들은 스피드는 물론 그나마 상대적인 우위를 보였던 몸싸움에서도 일본 선수들에게 밀리곤 했다. 홍 감독이 ‘월드컵 플랜A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대회에 꺼내든 스리백 전술은 약체인 중국과 홍콩에는 먹혔지만 일본에겐 통하지 않았다. 스리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비수가 적극적으로 빌드업에 가담해야 하고 윙백을 포함한 측면에서 연계 플레이가 향상돼야 한다. 하지만 수비수들이 일본 압박에 자신감 있게 빌드업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미드필더가 아래쪽으로 내려왔고, 결국 공격진이 상대 수비 진영에 고립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해설위원은 “강팀을 상대로 실리축구를 하기 위해 또 입체적이고 주도적인 운영을 위해 스리백은 필요하지만 빠르고 효율적인 역습 패턴이 반드시 뒤따라와야 한다”며 “스리백을 구성하기 위해 후방 빌드업 때 동선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상대보다 경기력에서는 더 나았다며 두둔했다. 아울러 한국 축구가 전술 등 여러 면에서 일본에 뒤지는 건 대표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경기 후 ‘양국 선수들의 기량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성 질문이 나오자 “일본은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일관성이라는 걸 꾸준하게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져왔다”며 “우린 위험한 상황에 왔다는 걸 알았지만, 한 번이라도 (일본에) 이기면 그런 경기 결과에 만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도 개인 기량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에 뒤지는 건) 대표팀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 축구가 전체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장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내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축구계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다. 월드컵에서 만날 팀들은 이번 일본 대표팀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팀이 많기 때문이다. 홍명보호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최정예를 불러 A매치 친선 경기를 치르는 9월 미국 원정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