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쌀·소고기’ 관세협상 카드 부담… 시한 종료 앞두고 고심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07-16 18:07:00 수정 : 2025-07-17 00:44:51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정부, 조만간 결단 전망

트럼프, 쌀 시장 개방에 무게 둬
산업부, 협상 카드로 검토 분위기
소고기 수입 완화도 유력 검토 속
광우병 사태 등 국민 정서에 반해

일각 “대통령실 빨리 공론화해야”
전문가 “결정 설득 과정 거칠 필요”

미국의 25% 상호관세 폭탄이 터지기까지 보름가량 남은 가운데 정부가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완화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전체 산업을 고려할 경우 미국 측이 강하게 요구 중인 쌀, 소고기 등에 대한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지만, 해당 품목과 연관된 농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소고기는 ‘광우병’ 등 국민의 정서적 문제까지 있어 여간 민감한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관세 유예 기간 내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몰라 정부가 조만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미국산 쌀 구입 할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농업인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관가 등에 따르면 한·미 간 관세 분야 협의가 여러 트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완화를 유력한 협상 카드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농산물과 디지털 부문의 미국 측 요구 수용 가능성과 관련해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개방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농축산물은 쌀과 소고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대량의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일본을 공개 압박했을 정도로 쌀 시장 개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산 쌀에 대한 쿼터제(13만2304t까지 관세율 5%, 초과 땐 513%)가 발효된 상태인 한국도 예외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쌀 가격이 하락하거나 공급과잉이면 정부가 초과분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의 쌀 수입 규제 완화 검토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쌀만큼은 아니지만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카드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한국은 현재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소고기생산자협회 등이 한국의 소고기 수입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건의하고 나선 탓이다. 미국은 한국의 30개월령 제한 조치 해제 시 6500만달러(약 900억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다만 이명박정부 시절 광우병 사태로 번진 전례로 볼 때 미국산 소고기 전체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거부감을 높일 수 있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외에도 과일류와 유전자변형(LMO) 감자까지 수입 개방을 요구하려는 태세다. 미국은 1993년 한국에 사과 수입을 허용해 달라며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했지만 33년째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가 진행 중이다. 미국산 감자의 경우 현재까지 병해충 존재 가능성을 이유로 22개 주에서 생산된 감자만 수입하고 있는데, 여기에 LMO 감자 수입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들은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완화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반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이든 소고기든 아직 관계 부처와 협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며 “두 품목 모두 농업 생산액 1∼2위를 차지하고 있어 농민들의 반대가 극심할 뿐 아니라 국민 정서와도 연관된 민감한 사안이라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답했다. 전국한우협회는 “대통령은 또다시 농민을 저버릴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관계 부처 간 이견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인 만큼 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실이 하루라도 빨리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톱다운’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국민의 피해와 불만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국제통상학)는 “정부가 늦어도 금주 내 대략적인 협상의 흐름을 국민에게 알리고 만약 농축산물을 양보할 시 어떤 보상을 해줄 건지 등 정부의 결정을 설득해가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과거 광우병 사태에서 봤듯이 갑자기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 되면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한편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완화 시 농어촌·농어업의 피해 보상 방안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이 거론되지만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뒤 조성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10년간 1조원을 목표로 2017년 설치됐지만 지난해 기준 누적 기금은 약 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농어촌상생기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이제 상생기금 일몰이 2년가량 남았지만 기업의 참여를 강제할 조항과 명확한 기준이 없어 목표액의 30% 수준밖에 채우지 못했다”며 “기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기준을 명확히 하고, 무엇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