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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잊었나… 빗물받이 막고 물막이판도 없어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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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6 18:30:00 수정 : 2025-07-16 22:50:17
글·사진=이예림·소진영, 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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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상습 침수현장 가보니

신림동 주택가 빗물 배수구 덮여
신사동 상권도 가림판에 가려져
“악취·벌레 때문에 할 수 없어” 해명
반지하 주택 40%, 물막이판 없어
주민들 “집주인이 설치 꺼려” 불안

1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주택가.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동네 곳곳의 빗물받이(빗물 배수구)를 살펴보니 상당수가 고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검은색 덮개로 막혀 있었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을 때 비를 흘려보내야 하는 빗물받이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2022년 8월 내린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은 집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빗물에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 주민인 박모씨는 “냄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빗물받이를) 고무판으로 덮어놨다”며 “평소엔 냄새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 비가 많이 올 때만 열어둔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강남 상가 거리 빗물받이 덮은 매트, 신림동 반지하 주택 물막이판 미설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상가 밀집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선 거리 곳곳의 빗물받이 절반 가까이가 각종 가림판으로 막혀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손님들이 하수구 냄새 맡고 밥 먹을 수 없다”며 “냄새와 벌레 때문에 음식점으로선 치명적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부터 전국에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됐지만 피해를 막기 위한 사전 예방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비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에서조차 빗물받이가 악취 차단용 가림판으로 막혀 있었고, 침수가 우려되는 반지하 주택 10곳 중 4곳은 물막이판조차 설치되지 않아 집중호우 대비책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이날 신림동과 강남구 일대 빗물받이 50여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청소 상태는 양호했지만 8곳 정도가 가림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악취 때문에 시민들이 많이 덮어 놓는 상황”이라며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 2만2000명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고, 서울 전체 250여곳을 집중 청소 지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태료 부과는 시민 거부감 때문에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하수구.

반지하 주택 등 침수 위험 지역의 물막이판 설치도 갈 길이 멀다.

 

신림동 반지하 주택 10곳을 확인한 결과 3곳에는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한 반지하 거주자는 “사고가 크게 한 번 났어서 불안한데, 집주인이 설치를 꺼린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이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침수 위험 가구’로 인식돼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거부한다”며 “강제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집주인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침수 우려 주택으로 분류된 2만4842가구 중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한 가구는 1만5217가구에 불과하다. 설치율은 61.3%로, 나머지 38.7%에 해당하는 9625가구에는 아직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반지하 세대가 있는 건물 12곳을 살펴본 결과 창문과 지면 사이 거리가 30㎝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 창문이 지면에 맞닿아 있는 곳도 있었는데, 폭우가 발생하면 언제든 침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반지하 거주 주민 이모(24)씨는 “작년부터 혼자 자취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반지하에 산다고 걱정이 많다. 비 소식이 있으면 늘 전화한다”며 “서울에선 물막이판 설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모든 창문에 물막이판을 설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예림·소진영, 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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