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동원해 재무적 위기 상황에 빠진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CJ와 CJ CGV(이하 CGV)에 대해 65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부당지원을 받은 CJ건설은 500억원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이자비용도 최소 31억원 넘게 절감할 수 있었다. 경쟁당국은 CJ 등의 부당지원행위로 중소기업의 경쟁기회가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와 CGV가 계열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CJ 4DX)을 부당지원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 및 과징금 총 65억4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CJ와 CGV는 CJ건설과 시뮬라인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신용보강·지급보증 수단으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악용한 혐의를 받는다. TRS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거래당사자가 기초자산(주식, 채권 등)에서 향후 발생할 현금흐름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CJ 건설은 5년 연속(2010~2014년) 당기순손실(총 980억원)을 기록, 자본잠식상태(2013, 2014년)에 이르렀다. 또 시뮬라인 역시 2012부터 3년 연속 총 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14년 자본잠식 상태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했지만 투자자(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고, 설사 찾는다 해도 발행금리가 2배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CJ·CGV는 이들 계열사의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보강·지급보증 목적으로 TRS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투자자와 각각 500억원, 15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발행·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같은 날 CJ·CGV와 투자자는 계열사가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대상으로 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 계약은 지원하는 회사와 투자자가 정산일에 발생한 손실과 이익을 상호정산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CJ 등이 맺은 계약은 전환권 행사가 봉쇄돼 지원주체(CJ, CGV)의 이익실현 의사와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TRS 계약을 통해 계열사의 영구전환사채의 신용상 위험만 인수한 것”이면서 “TRS 거래라도 신용보강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받아야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CJ 이사회에서는 해당 TRS 계약을 두고 ‘실적이 안 좋은 계열회사에 대한 보증으로서 배임’이라는 지적, ‘지원객체 부도 또는 상환 불능에 따른 손실’ 문제 등이 제기돼 안건이 한 차례 부결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TRS 계약으로 CJ건설과 시뮬라인이 각각 500억원, 150억원 상당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발행금리도 낮춰 자금조달 비용(이자비용)을 CJ건설은 최소 31억5600만원, 시뮬라인은 21억25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행위로 CJ건설은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모면함으로써 외부 수주기회가 확대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그 결과 독립 중소기업의 경쟁기회가 실질적으로 제한됐다고 밝혔다. 또 시뮬라인 역시 시장 퇴출위기를 모면했을 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사업자가 배제돼 관련 시장에서 유일·유력한 사업자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 사건은 계열회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라면서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CJ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자회사들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었으나 공정위가 지적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으며, 이로 인해 공정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다”면서 “TRS는 유상증자의 대안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선택한 적법한 금융상품으로, 이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의결서 수령 후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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