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학생이 학부모와 교사가 공모해 빼돌린 시험지로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생은 줄곧 전교 1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기간제 교사 A(31·여) 씨와 학부모 B(48·여) 씨를 구속했다. 두 사람의 범행을 방조한 학교 시설 관리 직원C(37) 씨도 구속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쯤 교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험지를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교무실에서 시험지를 빼내려는 순간 경보시스템이 울려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다음 날 이들을 붙잡았다.
국어 담당 기간제 교사인 A씨는 이 학교에 근무하다 지난해 2월 퇴사했지만 시험지 보관 장소를 파악하고 있었다. 교내 경비 시스템에 지문이 등록돼 있어 교무실 출입이 가능했다. 학교 측이 A씨의 지문 등록 정보를 삭제하지 않은 점을 노렸다.
학교 직원 C씨는 시험지가 있는 교실의 문을 잠그지 않는 수법으로 침입을 도왔다.
A·B 씨가 교내 경비시스템에 적발되자 학교 CCTV 영상을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A 씨는 2020년 D 양의 과외를 하며 모친인 B 씨를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관계는 운명일까. 2023년 D 양이 해당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A 씨가 1학년 담임을 맡으며 관계가 지속됐다. 경찰은 이때부터 B 씨가 A 씨에게 돈을 건네며 시험지 유출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마다 200만 원씩, 2년여 간 약 2000만 원의 돈이 교사 계좌에 입금된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 사람이 과거에도 수차례 시험지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B씨의 딸 D양은 현재 3학년으로 전교 1등을 하는 등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D 양에 대해 퇴학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치른 시험 성적도 모두 0점 처리하기로 했다. 경찰은 D 양도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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