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남자 프로골프 선수로는 사실상 더 이룰 것이 없다. 지난 4월 최고 권위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4대 메이저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최대의 목표가 사라져서인지, 매킬로이는 이후 한동안 침체에 빠졌다. 메이저 PGA 챔피언십 공동 49위에 이어 RBC 캐나디언 오픈에서는 컷탈락했고 메이저 US오픈에서도 공동 19위에 그쳤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가공할 장타력이 위력을 잃은 탓이었다. 특히 감정까지 예민해져 기자회견도 거부하기 일쑤였다. 그는 심지어 “더는 이룰 목표가 없다”며 무기력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동안 방황하던 매킬로이가 홈팬의 열정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17일(현지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7381야드)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153회 디 오픈에 나가 다승왕을 노린다. 매킬로이의 샷감은 6월 셋째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오르면서 되살아났다. 영국 런던의 새 집에서 휴식하며 재충전한 매킬로이는 14일 끝난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는 준우승을 거둬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열을 마쳤다.
매킬로이는 특히 이 대회에서 머리를 밀다시피 짧게 깎고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각오를 새롭게 다진 것으로 보인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 158위로 무명이나 다름없는 크리스 고터럽(미국)에게 2타차로 우승 트로피를 내줬고 특히 9번 홀부터 10개 홀 연속 버디를 1개도 뽑아내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경기를 마친 뒤 “전혀 아쉽지 않다. 정말 멋진 대회였다”며 “내 경기력이 정말 만족스럽다. 3, 4라운드에서 펼친 플레이, 내가 친 샷, 볼의 탄도를 어떻게 조절했는지 등 전반적으로 다 만족한다. 놓친 건 우승 트로피뿐”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킬로이는 15일 열린 디 오픈 공식 기자 회견에서도 “올해 남은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디 오픈과 라이더컵”이라며 “마스터스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기분인데, 지난주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제 경기력이 정말 기대된다”고 우승을 향한 의욕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디 오폰이 열리는 로열 포트러시와 인연이 깊다. 불과 16살 때인 2005년에 61타를 쳐 코스 레코드를 세웠다. 하지만 2019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는 컷 탈락했고 지난해 디 오픈에서도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매킬로이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산 30승 고지에 오른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와 올 시즌 나란히 3승을 기록 중인 매킬로이는 다승왕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 가게 된다.

셰플러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최근 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시즌 초반 주춤했지만 5월부터 7개 대회 내리 톱8 이내 성적을 냈고 메이저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우승을 3차례 기록했다. 셰플러가 디 오픈을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에 US오픈만 남기게 된다.

지난해 우승자인 세계 3위 잰더 쇼플리(32·미국)는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쇼플리는 최근 LIV 골프 이적 대가로 2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제안 받았지만 이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플리가 우승하면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이후 17년 만에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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