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사라지지 않는 고통 그려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인 집이 공포의 장소로 바뀌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와 오는 18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는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전쟁터가 되어 버린 아파트단지의 삶과 적이 되어 버린 이웃들, 현대인의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그려냈다.
‘노이즈’는 층간소음이 극심한 단지에서 여동생 ‘주희’(한수아)가 실종되자 청각장애인 언니 ‘주영’(이선빈)이 이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현실 공포 스릴러. 오랫동안 층간 소음에 고통받던 주희는 범인을 찾으러 간 후 돌아오지 않는데,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아파트를 빠져나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던 중 아래층 남자(류경수)는 층간소음 고통을 호소하며 주영에게 살해 위협을 가한다.

영화는 정교한 음향 디자인을 통해 발소리, 의자 끄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등 일상적 소리를 공포의 근원으로 재구성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이즈’는 13일까지 118만3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주 연속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김수진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노이즈’가 임대, 전세, 자가 등 아파트 소유 형태에 따른 계층 차를 암시한다면, ‘84제곱미터’는 더 노골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접근한다. 퇴직금 중간 정산, 원룸 보증금, 대출, 어머니의 마늘밭까지 그야말로 영혼을 끌어모아 ‘국민평형’ 84제곱미터 아파트 입성에 성공한 1401호 ‘우성’(강하늘)의 삶은 밤마다 쿵쿵 거리는 층간 소음 탓에 지옥이 되어 버린다.
소음의 고통으로 예민함이 극에 달한 나날. 설상가상으로 우성은 층간 소음 가해자로 의심받는 처지에 놓인다. 누명을 벗기 위해 소음의 근원을 추적하던 그는 입주민 대표이자 펜트하우스 거주민 ‘은화’(염혜란)와 1501 남자 ‘진호’(서현우)를 만나고, 이야기는 본격적인 호러 스릴러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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