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21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 세계랭킹 99위 호주 교포선수 그레이스 김(25)은 17번 홀까지 세계 2위 지노 티띠꾼(22·태국)에 2타 뒤진 공동 3위여서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그레이스 김은 190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4번 클럽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핀 60cm에 붙여 이글을 잡아냈다. 반면 티띠꾼의 2.5m 버디 퍼트는 오른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한꺼번에 2타를 줄여 티띠꾼과 공동 선수가 된 그레이스 김은 같은 홀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버디로 비긴 뒤 2차 연장에서 또 기적 같은 3.5m 이글을 잡아내 동화 같은 역전승을 완성했다.

그레이스 김은 이날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2개,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그레이스 김은 티띠꾼과 피 말리는 연장 접전 끝에 꿈에 그리던 생애 첫 ‘메이저 퀸’에 오르며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 이후 2년 3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20만달러(약 16억5000만원).
그레이스 김은 이날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선두 그룹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그레이스 김은 1번 홀(파4)과 4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두타를 잃었지만 7번 홀(파5)에 이글을 잡아내 이를 만회했다. 이어 9~10번 홀 연속 버디를 떨구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이번에는 12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벌어놓은 2타를 한꺼번에 까먹었다. 하지만 그레이스 김은 포기하지 않았다. 15~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 추격의 시동을 건 그레이스 김은 18번 홀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짜릿한 이글을 떨궈 티띠꾼과 공동 선두가 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은 티띠꾼의 우세가 예상됐다. 세계 2위인 그는 이 대회전까지 이번 시즌 우승, 준우승, 3위를 한차례 기록하며 톱10 성적을 7차례 냈을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레이스 김은 세계 99위에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이 9위로 톱10은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레이스 김의 기적은 연장전에서도 이어졌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그레이스 김의 두 번째 샷이 카트 도로를 맞고 해저드에 빠져 위기를 맞았지만 1벌타를 받고 친 칩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 버디를 기록했다. 티띠꾼도 2m 거리 버디 퍼트를 떨궈 승부는 2차 연장으로 이어졌다. 그레이스 김은 18번 홀에서 열린 2차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핀 3.6m 거리에 떨군 뒤 또 다시 결정적인 이글을 낚았고 티띠꾼은 버디에 그치면서 긴 승부를 마감했다.

2023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레이스 김은 경기 뒤 “1차 연장에서 칩샷이 들어갔는데 다시 하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18번 홀 두 번째 샷은 세 번 모두 하이브리드 4번으로 쳤다.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줄은 몰랐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아마추어 세계 1위 로티 워드(21·잉글랜드)는 지난달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호주 교포선수 이민지(30·호주)와 공동 3위(13언더파 271타)에 오르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워드는 이번 대회 25위 안에 들면서 LPGA 투어 정식 회원 자격을 따냈다.
지난달 2인1조 대회 다우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이소미(26·대방건설)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 올라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15번 홀(파5) 더블보기, 16번 홀(파3) 보기로 막판에 타수를 대거 잃으면서 최혜진(26·롯데)과 공동 14위(8언더파 276타)에 머물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