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경전에 일시 정회 파행
여야가 ‘보좌진 갑질 의혹’ 등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강 후보자는 “상처받았을 보좌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4일 오전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전 10시3분 개의했다. 여야 간 신경전은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부터 불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 후보자가 청문회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에 청문회장에 착석해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항의했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전 10시2분쯤 강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들어서자 회의장 앞에 있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갑질 장관” “사퇴해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강 후보자가 착석한 뒤에도 파행은 계속됐다. 통상 인사청문회는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면 후보자가 선서한 뒤 인사말을 하고 위원들의 본격적인 질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날은 강 후보자가 선서하기 전에 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갑질왕 강선우 OUT’ 등 문구를 부착한 점을 여당 의원들이 문제 삼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면서 청문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이인선 여가위원장은 “후보자가 나와 있기 때문에 선서해야지만 진행할 수 있다. 의사진행발언은 선서한 후에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은 위원장석 앞으로 나와 “공정한 진행을 해달라. 의사진행 발언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항의했고, 이에 야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도 청문회 진행 요청으로 맞받으면서 청문회는 사실상 시작도 못 한 채 개의 13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양당 간사 간 협의 후 청문회는 오전 10시30분쯤 속개했다. 속개 이후에도 여야는 피켓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트북에 부착한 피켓을 떼지 않자 여당 의원들은 항의하며 ‘내란정당 아웃 발목잡기 스톱’ 등 문구를 노트북 앞에 붙이며 맞대응했다. 여야는 피켓을 두고 30여분간 설전을 벌이다 위원장의 중재 하에 양측 모두 피켓을 떼면서 청문회가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초반부터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지적했다. 이달희 의원은 “갑질 장관은 여가부 장관이 될 수 없다”며 “사적인 용무나 심부름을 자기 직원에게 시키는 일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강 후보자를 향한 의혹들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강 후보자의 가족 위장전입 의혹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 있다”며 “(강 후보자가)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면서 처했던 상황 때문에 벌어진 오해 같다”고 옹호했다.
강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저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3주간 여성가족부 관련된 업무뿐만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프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감사한 시간이었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제가 부족했던 점은 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언행에 있어서 밑거름을 잘 삼아서 더 세심하게 더 깊은 배려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갑질 의혹을 제기한 두 명의 보좌관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를 묻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질의에는 “하겠다고 예고한 적도 없다. 다시 한 번 확인해봐 달라”고 부인했다.
앞서 강 후보자가 21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좌진에게 반복적으로 가사노동을 시키고,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을 수행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 후보자의 과거 한 보좌관은 “본인 자택 내 쓰레기를 버리라고 하거나 변기 비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다” 등 내용의 갑질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전날 여당 청문위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전직 보좌진의 ‘악의적 제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는 지난 5년간 보좌진 46명을 교체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인물이 중복 계산돼 실제로는 28명으로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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