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소주’ 전쟁이 한창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주류 시장의 낮은 도수트렌드에 맞춰 ‘처음처럼’ 소주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0.5도 낮췄다. ‘처음처럼’의 도수를 낮춘 것은 4년 만이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의 도수도 16도다.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에 쌀 증류주를 첨가하고 천연 감미료 알룰로스를 사용해 쓴맛을 줄이며 부드러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알코올 함량이 낮은 ‘저도주’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1920년대 35도로 시작한 소주 도수는 현재 16도까지 낮아졌다.
희석식 소주는 95%의 고순도 에탄올인 주정을 쓴다. 주정은 대한주정판매에서 일괄 배분해 국내 모든 소주제조사가 주정을 공유한다. 일반적으로 소주의 주정 비율은 10~12%다. 여기에 물을 희석한 뒤 감미료, 기타 첨가물을 섞어 만든다.

그럼 도수가 내려가면 가격도 내려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오히려 주류업체의 마진이 좋아진다.
알코올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은 0.6원 가량 절약된다고 알려져 있다. 주류업체 입장에선 소주 한 병에 들어가는 주정 양이 줄어들수록 이득을 보는 셈이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매출은 8134억원. 전년대비 1.2%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4% 증가한 347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은 2조5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영업이익은 동기간 68% 증가해 208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올 들어 소주 도수를 내리면서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주정 함유량 감소로 원가 절감의 이득을 누리는 주류 업체가 출고가를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가격 인상을 지속해 주류 업체의 영업이익률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주류업계도 할 말은 있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값과 인건비 등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소주 제조사에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제작년 주정값을 크게 올린데 이어 병뚜껑 가격과 빈용기보증금 취급수수료가 올랐다”며 “올 들어서는 인건비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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